김동률, 돈 되는 행사를 왜 거절할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5.19 08: 11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가수다운 가수가 몇 명 안보이는 세상이다. 노래 잘하는 가수를 찾기도 어렵고 노래방 가서 줄기차게 불러줄 제대로 된 히트곡 고르기조차 힘든 요즘이다.
한국 가요시장의 외형은 풍성하다. 한 해에 무려 2만여 곡이 쏟아져나온다. "들어볼 노래가 너무 많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될 듯 하다. 모든 게 디지털로 넘어오기 전이었던 1990년대, 매년 불과 1000여장의 음반이 발매됐던 사실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외형과 내실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2000년대 들어 대중의 심금을 오랫동안 자극한 히트곡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1990년대? 지금도 노래방에서 애창되는 노래의 상당수는 당시에 발표됐다.

왜 가요계가 이처럼 외화내빈의 수렁에 빠졌을까. 모든 걸 빠르고 쉽게 만들어 한 번에 크게 벌려는 한탕주의가 만연된 까닭이다. 최근 수 년간 가요계 대세로 자리잡은 걸그룹들은 진열장 속 바비인형처럼 다른 듯 비슷하다. 이들의 노래와 안무도 커피 자동판매기에 동전 넣고 뽑듯이 착착 만들어지고 금세 소화되서 사라진다.
그렇다고 암담한 한국 가요의 미래를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아직 노래에 죽고 노래에 사는 '진짜' 가수들이 음으로 양으로 열심히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살고 있는 덕분이다.
그런 가수 가운데 한 명으로 김동률을 꼽을수 있다. 그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해야할만큼 희귀해진 싱어송 라이터이고 공연 위주의 가수다. 앨범 홍보에 최고인 TV 가요와 예능 프로 출연도 거절하고 돈 되는 행사 초청도 사절이다. 왜 그럴까. 돈이 많아서는 아닐테고.
"노래에 관한한 타협하기 싫다"는 게 그 이유다. 김동률은 최근 최고급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 발표회 행사에 공연 제의를 받았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노래 두 곡 부르고 수 천만원이라 수락하고 싶었지만 김동률이 한 마디로 잘라 거절했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밝힌 행사 거절의 변은 단호하고 적확하다. 녹음한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의 공연에 찾아와 함께 호흡했던 팬들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결국 가수가 어떻게 혼과 열정을 담지 않고 노래할 수 있는냐게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은 김동률의 소신이다.
제사보다 젯밥이라고, 요즘 잘 나가는 가수나 그룹들의 대부분은 음반이나 공연아닌 행사로 돈을 번다. 돈 되는 자리라면 축구와 야구장, 농구와 배구 코트를 운동선수보다 더 열심히 뛰어다니고 대학가 축제는 대학생들보다 더 자주 참석한다.
가요차트마다 냄비 히트곡만 가득하고 수많은 그룹과 가수들이 빠르게 정상에 올랐다 사라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거꾸로 김동률은 행사 거절의 보상을 다른 데서 받는다. 그의 공연은 늘 매진이고 공연 때마다 청중들의 기립박수에 답례를 해야한다. 지난해 서울 서울 LG아트센터 ' PrologueⅢ' 4회 공연은 모든 표가 발매후 10여분만에 매진됐고 김동률마저 믿지못한 한시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이게 바로 진짜 가수의 힘이다.
<엔터테인먼트 팀장 mcgwr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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