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스윙 자세를 취하고 때릴 듯 말 듯 하다가 배트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그렇게 했더니 스스로 무너지더라".
그를 상대한 넥센 타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무브먼트와 구위는 좋은 투수였지만 기다리면 제 풀에 쓰러졌다는 것. 전도유망한 우완으로 입단 시 기대를 모았던 에드가 곤잘레스(27)가 LG 트윈스에서 웨이버 공시로 방출될 예정이다.

LG는 19일 좌완 필 더마트레(29)를 새로 영입하고 올 시즌 6패 평균 자책점 7.68(19일 현재)에 그친 곤잘레스를 웨이버 공시하기로 결정했다. LG와 계약하기 이전 윈터리그 무대의 에이스로 활약한 동시에 2007년 애리조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해 성과를 거뒀던 곤잘레스는 1승도 없이 한국 땅을 떠날 예정이다.
사실 곤잘레스의 입단은 확정 전부터 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3할3푼2리 26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동시에 4할6푼의 출루율로 파급효과가 대단했던 4번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포기하고 데려온 투수이기 때문.
박종훈 감독은 부임과 함께 "주니치에서 돌아오는 이병규와 히어로즈에서 데려온 이택근으로 페타지니의 공백을 메운다. 페타지니의 대체자인 만큼 한 시즌 15승이 보장된 투수로 데려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곤잘레스는 LG 합류 전 멕시칸 윈터리그 결승에서 완봉투를 선보이며 팀의 기대감을 엄청나게 높였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곤잘레스는 승리조차 챙기지 못한 채 팬들의 아쉬움만 자아냈다. 특히 그는 지난 4월 2일 잠실 넥센전서 4⅔이닝 11피안타 11실점으로 난타를 당한 이후 제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모서리 제구 능력을 극강의 무브먼트로 상쇄하던 과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
넥센 타자들은 당시 곤잘레스에 대해 "구위는 정말 뛰어났다. 그러나 마인드컨트롤 능력은 떨어졌다"라고 평했다. 노리고 들어갈 듯이 동작을 취했다가 공을 걸러보내면 투수 스스로 자제력을 잃었다는 것. 그날 곤잘레스는 4⅔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졌고 5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무너졌다.
"볼 끝 움직임은 좋았다. 그러나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하고 떨어지는 공이 많아 기다리면 볼넷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급하게 휘두르기보다 기다리는 전략을 택했고 그 모습이 이어지다보니 투수가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그대로 비추더라".
이후 곤잘레스는 아쉬운 투구만 연발한 채 팀의 고민을 더욱 늘여 놓았다. 그는 한화 타선을 상대로 2경기 평균 자책점 1.50의 좋은 성적을 올렸을 뿐 다른 팀에는 뭇매를 맞았다. KIA를 제외하고 다른 6개 구단에 모두 승리를 헌납하고 떠나는 셈.
페타지니를 대신해 한 시즌 15승 이상의 활약상을 기대받으며 한국 땅을 밟은 곤잘레스는 결국 5월 한 달간 3승 11패로 4위에서 7위까지 고꾸라진 LG의 희생양이 되어 불명예퇴진하게 되었다. 약점이 타 팀에 완전히 밝혀진 곤잘레스인 만큼 그가 자유계약 선수 신분에서 구제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8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꿈꾸던 LG가 야심작으로 내세웠던 곤잘레스. 그러나 팀이 페타지니를 포기하는 대가로 영입한, 투수진의 구세주가 되길 기대했던 곤잘레스는 국내 타자들의 인내심에 혀를 내두르다 제풀에 쓰러진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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