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노짱이 그립다-봉하마을을 가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05.19 16: 56

“옳은 것이 이기는 것” “사람냄새 나는 당신”, 방명록 빼곡이 그리움
[이브닝신문/OSEN=봉하마을(김해), 김미경 기자] 사람은 가도 정신은 남는다. 지난 15일 찾은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로 분주했다. 벌써 1년. 먹고사는 일은 여전히 만만치 않고 세상은 그저 바쁜 대로 그렇게 흘러가도 그리움이 남는다.
곧 있으면 지방선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과 함께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번 선거는 천안함을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찬반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자는 이브닝신문 창간 2주년 특집에 맞춰 여전히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무슨 이유로 봉하산을 오르는 것일까. 수많은 물음들이 스친다.
봉하산 부엉이바위와 사자바위 아래에 자리 잡은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은 박석을 까는 추가공사로 주말인데도 인부들이 한창 일을 하고 있었고, 마을 들녘은 모내기 준비로 바빴다. 올 5월까지 봉하마을을 다녀간 방문객 수도 400만명을 넘어섰다. 평일에는 3000~4000여명. 주말엔 5000~1만명씩 봉하마을을 찾고 있다. 김해시가 운영하는 봉하마을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아 3명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23일 1주기가 가까워오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장과 관광안내소 앞, 생가 앞 등 곳곳에는 방명록을 적도록 해 놓았다.
“이기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 옳은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씀 따라 살겠습니다.” “진짜 사람냄새 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전주에서 지금 막 내려온 권문학씨(43)도 방명록에 “편히 잠드소서”라는 짧은 안부를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애착을 갖고 직접 농사에 참여했던 봉하마을 오리쌀과 우렁이쌀을 건조 도정하는 친환경쌀 방앗간도 들녘 한쪽에 자리잡았다. 관광안내소 아래에는 자동차 64대를 동시에 댈 수 있는 넓은 주차장도 생겼다.
마을 입구 옛 농기구 창고를 개조해 만든 자원봉사센터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진과 추모글 등이 담긴 갤러리도 운영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했던 부엉이바위를 오르는 길목엔 노란리본이 드리워져 있고 부엉이 바위 끝에 오르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침묵했다. 노 전 대통령의 49재가 올려졌던 인근 정토원도 붐볐다. 노 전 대통령이 생전 산책을 즐기던 산과 숲길, 논길, 화포천 등을 연결한 봉하 생태산책길도 정비돼 추억을 불렀다.
서울과 경기, 부산, 광주, 대전, 포항,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이곳 봉하에서 만나고 헤어졌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사연도 가지가지다. 경남대학교 관광과에 재학 중인 김승모(24)군은 과제 준비로 봉하를 찾았다. 김군은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분의 인간적인 면 때문에 이끌려 이곳을 과제 답사 장소로 선택했다”면서 “묘역이나 주변이 인위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일손이 바빠지는 6월을 앞두고 동네 주민들과 봉하를 방문한 단체손님부터 연인, 홀로 찾은 사람들까지 주말을 맞아 봉하마을이 부쩍 붐볐다.
봉하마을은 대통령의 고향이자 퇴임 후 귀향한 고인의 추모 공간을 넘어 새로운 추억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kmk@ieve.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