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 "일상에 숨어 있는 도덕성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칸 공식기자회견]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05.19 19: 23

이창동 감독이 영화 ‘시’에 대해 “일상에 숨어 있는 도덕성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지시각으로 19일 오전 11시 15분 프랑스 칸 펠레 드 페스티벌의 대회의장에서 제63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 ‘시’의 공식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창동 감독과 주연 배우 윤정희, 이다윗 군이 자리했다. 

이창동 감독은 “‘시’라는 영화는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면 예술, 또 더 나아가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돈으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것을 담고 있다”고 ‘시’를 소개했다.
“그것을 영화로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눈에 볼 때 아름다운 것만 시가 아니라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삶, 그 자체로 어쩌면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추한 것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시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편집, 후반작업을 할 때까지 그런 고민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그런 고민과 소산이 이 영화일 것이다”라며 “관객들이 얼마만큼 시라는 것에 대해,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담아가는 만큼 관객과 제가 생각하는 시에 대해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가 담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시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이름이 있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시도 있고 전문적인 시는 아니지만 아마추어로 소박한 마음으로 쓴 시도 있다. 관객들에게 다양한 종류의 시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쓴 시는 제가 쓴 시이다. 주인공들에게 닥친 사건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그 일상에 숨어 있는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작인 영화 ‘밀양’과 ‘시’에 대해 비교해달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이 감독은 “‘밀양’에서는 남자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다뤘다. ‘밀양’이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 이야기는 가해자 쪽의 고통을 다룬 이야기이다. ‘시’의 경우에는 가해자를 손자로 둔 할머니의 고통이랄까 그 마음의 죄의식과 시를 쓰기 위해서 찾아야 하는 세상의 아름다움, 그런 긴장과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주연배우로 윤정희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시나리오의 여자주인공을 생각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윤정희 선생님을 떠올렸다. 윤정희 선생님은 과거 한국영화의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분이다. 어릴 때부터 하늘의 별처럼 우러러보던 배우였다. 그 동안 10여년 넘게 활동을 하지 않은 분이어서 지금 활동하는 배우 중에서 생각했어야 했지만 이상하게 자연스럽게 윤정희 선생님을 떠올렸다. 제가 쓰고 있는 시나리오 주인공과 윤정희 선생님의 외면과 내면이 닮아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했다. 시를 쓸 때부터 윤정희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썼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시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는 영화이다”며 “시가 우리의 삶,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찾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던지는 수수께끼이다, 관객들이 마지막 장면을 보고 수수께끼를 풀 수 있게 비밀을 남겨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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