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언니', 보고 나면 피곤한 드라마?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0.05.20 08: 40

악다구니, 눈물, 추격....
은조(문근영 분)가 기훈(천정명 분)에게 진심을 숨긴 채 독한 말들을 쏟아내고, 효선(구효선 분)은 강숙(이미숙 분)의 정체를 알고는 비난을 퍼붓다 도망가는 강숙을 쫒아 맨발로 비포장도로를 달린다. 강숙도 은조도 효선도 기훈도 정우까지도 모두가 눈물을 훔쳤다.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이하 신언니)의 15회에서 벌어진 풍경들이다.
이제 종영까지 5회만을 남겨둔 '신언니'는 15회에서 비교적 빨라진 전개 속도를 보였다. 그간 칠전팔기로 매달렸던 '대성참도가' 사업도 재기의 물고를 텄고 강숙의 정체와 속내는 모두 탄로가 나버렸다. 아직 남아있는 것은 네 남녀의 러브라인이지만 이 역시 은조와 기훈의 독백을 통해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계모 강숙의 속내를 막상 적나라하게 확인한 효선은 '복수극'을 시작했다. 이것이 진정한 복수극일지 화해와 성장의 전초전일지 우리는 아직 알 수가 없지만 말이다.

'신언니'는 주옥같은 대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케 한다. 이것이 블록버스터도 아니고 화려한 액션이나 해외 로케신으로 치장한 눈요깃감도 아닌데 시청자들은 이 고요하고(?) 한결 같은 드라마에 혼을 쏙 빼앗긴다. 배경이라고는 '대성참도가'와 네 남녀와 강숙이 살고 있는 사랑채, 홍주가 기정(고세원 분)의 사무실 정도가 전부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가지와 가끔 등장하는 강물, 시골 마을의 풍경이 고즈넉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70분간 숨죽이고 네 남녀와 '팔자 사나운 년' 강숙의 얘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진심을 차마 다 꺼내놓지 못하는 네 남녀의 엇갈린 러브라인에 시청자들은 지칠 법도 하다. 오늘은 터질 듯, 내일은 말할 듯 머뭇거리는 이들의 사랑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안달이 났다. 지난주에는 기훈이 속마음을 보이고 은조를 부둥켜안았지만 그 역시 눈물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단정하고 서로를 애써 밀어내는 은조와 기훈은 아직 함께 웃질 못했다. 물론 아직 5회나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은조-기훈 커플이 손을 맞잡고 진심으로 입 벌리고 웃게 될, 서로를 똑바로 보고서서 입맞춤을 나누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 
어쨌든 미래를 향해, 앞날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드라마 '신언니'는 이렇게 한 회 한 회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악다구니하는 은조와 눈물 훔치는 효선에게 빙의됐다고 느낄 만큼 감정의 몰입을 유도한다. 울고 소리치고 도망가고 쫒아가고, 하고 싶은 말도 행동도 꾹 참고 견뎌내야 하는 고통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에 고스란히 전해질만큼 연출과 대본의 기술이 뛰어나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몫이 크다. 매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면 한 번씩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숨을 내뱉게 되는 것은 '신언니' 폐인들의 버릇이 됐다.
시청자를 괴롭히는(?) 드라마 한편이, 가슴 먹먹한 여운을 안기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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