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유동훈(33)이 부진에 빠지며 KIA 불펜진에 불안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유동훈은 지난 19일 군산 롯데전에서 2-1로 앞선 9회초 등판했으나 2안타를 맞고 3사사구를 내주고 2실점했다. 팀 2연패 탈출의 기회와 에이스 윤석민의 승리를 날렸다. 올들어 벌써 5번째 블론 세이브이다. 작년의 0점대 소방수의 활약에 걸맞지 않은 행보이다.
올해 유동훈은 18경기에 등판해 3승1패7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모두 21이닝 동안 6자책점을 기록해 방어율은 2.57. 풀타임 소방수로 맞는 첫 해 성적으로는 나쁘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작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2009년은 67⅓이닝동안 단 4자책점만 기록해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올해는 21이닝동안 21안타 6사사구 6자책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1.19에 이른다. 작년에는 0.85에 불과했다. 잦은 안타와 높아진 출루와 함께 블론세이브가 4개에 이르는 이유가 됐다.
구위가 작년 만큼의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좌우로 떨어지는 싱커와 업슛 같은 커브가 그의 장기였다. 그러나 가끔 변화구의 각도가 작년만큼 예리하지 않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승부처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
유동훈의 부진과 함께 KIA는 새로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유동훈의 구위와 활약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새로운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손영민 곽정철 등 필승 미들맨이 기복 있는 피칭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막 이후 타선 슬럼프로 인해 박빙승부를 계속하느라 피로한 점은 있었다. 곽정철은 미래의 소방수로 평가받지만 아직은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한다. 현재 불펜라인이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흔들리는 유동훈이 조범현 감독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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