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만루 무득점 굴욕에 그가 있었다. 그러나 끝내기 상황에서 멋진 수비를 보여준 것도 바로 그였다. 한화 이글스의 신고선수 출신 외야수 정현석(26)이 좋은 수비력을 보여주며 팀의 두산전 연패 사슬 끊기에 공헌했다.
정현석은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서 6회 베테랑 강동우를 대신해 우익수로 투입되었다. 타격 성적은 희생번트 2개를 포함해 2타수 무안타. 특히 10회초 2사 만루서는 회심의 스윙이 투수 앞 땅볼에 그치며 팀이 무사 만루에서 단 한 점도 못 올리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끝내기 안타성 타구를 허슬 플레이로 잡아내는 좋은 수비를 보여줬다. 두산이 10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투수 홍상삼이 아닌 최승환을 대타로 기용했고 최승환이 공략한 초구는 외야 우중간을 가르는 듯 했다.

안타가 되었더라면 팀이 두산전 7연패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상황. 그러나 공을 향해 쇄도하던 정현석은 이를 몸을 날려 잡아내며 타격과 함께 양 팔을 활짝 펼쳤던 최승환을 머쓱하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는 11회초 송광민의 결승 적시타, 정희상의 쐐기 2타점 2루타로 7-4 승리를 거뒀다.
사실 정현석은 대전고 시절 좋은 외야수 겸 투수로 주목받던 유망주. 개명 이전 정형순이라는 이름으로 모교의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롯데의 2차 4순위 지명을 받기도 했으나 그는 경희대 진학 이후 적절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투수로 대학에 입학했으나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며 자주 출장하지 못했다. 롯데도 대학 시절 기록이 없던 정현석의 지명권을 포기했고 타 구단도 그를 신인 지명에서 외면, 자칫 야구 인생이 끝날 뻔 했다.
다행히 고향팀 한화가 그를 신고선수로 영입했다. 투수가 아닌 외야수로 정현석의 가능성을 타진했고 그는 단계적 성장세를 보인 끝에 1군 무대를 밟았다. 지난해 후반기 중견수로 출장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좋은 수비력으로 가능성을 비췄던 정현석은 이날 수비로 공격 면에서 아쉬움을 만회했다. 11회말에는 손시헌의 밀어친 타구를 뛰어올라 잡아내는 수훈도 보여줬다.
물론 아직 그는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미완의 대기다. 선수 스스로도 "힘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임팩트 순간 힘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라며 타격에서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정현석의 올 시즌 타격 성적은 37경기 3할1푼7리 3홈런 13타점(19일 현재)으로 누적 기록은 나쁘지 않다.
야구인생을 접을 뻔한 위기에서 일말의 기회를 잡았던 정현석은 스스로 훈련에 매진하며 기량을 연마 중이다. "1군에서 풀타임 활약을 펼치고 싶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던 정현석의 가능성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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