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부상을 당했더라면 자칫 한 시즌 대계까지 무너질 수 있었던 순간. 두산 베어스가 1선발 켈빈 히메네스(30)의 경기 도중 부상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히메네스는 지난 19일 잠실 한화전 1-0으로 앞선 3회초 2사 1,3루서 신경현의 땅볼 타구를 처리하던 도중 왼발을 접질리며 허벅지(대퇴사구근) 통증으로 중도 교체되고 말았다. 넘어질 당시 큰 충격을 예상하게 했으나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전언.
올 시즌 히메네스는 11경기에 등판해 7승(공동 1위, 19일 현재) 2패 평균 자책점 4.69를 기록하며 팀의 1선발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 4월 24일 대구 삼성전부터 12일 잠실 삼성전까지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써니' 김선우(33)와 함께 선발진 축으로 자리매김하던 중이었다.

효과적인 투구로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주는 투수가 절실한 두산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더욱 아찔한 순간이었다. 시즌의 30% 가량을 소화한 현재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8개 구단 투수 10명 중 두산 소속 투수는 김선우(9경기 50⅓이닝)와 히메네스(11경기 55⅔이닝-선발 10경기 55⅓이닝) 뿐.
팀 내 이닝 소화 3위는 좌완 선발 이현승(27)으로 그는 34⅓이닝으로 편차가 꽤 큰 편. 외국인 좌완 레스 왈론드(34)는 지난 15일 문학 SK전서 5이닝 2실점 호투로 선두팀을 잡는 수훈을 보여줬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승리 요건만을 간신히 충족한 셈.
계투에서 선발로 전환한 임태훈(22)은 선발 2연승으로 쾌투를 펼치고 있으나 그 또한 5이닝 씩 소화했다. 선발이 익숙하지 않은 몸이라 경기 당 100개에 육박하는 많은 투구수를 주문하기는 힘들다.
선발투수가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 부담은 계투진에 고스란히 전해지게 마련이다. 히메네스가 물러난 후 두산은 조승수-고창성-정재훈-이용찬-성영훈-홍상삼-김승회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가기는 했으나 사실상 선발 요원을 제외하고 1군 엔트리 내 모든 투수가 투입된 셈.
선발로 시즌 개막을 맞았으나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 중인 이재우가 1군 합류를 기다리고 있는 점은 일말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아직 2군에서도 단 한 경기 조차 등판하지 않은 이재우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일찍부터 기대감을 갖기는 어렵다.
올 시즌 기대를 모았던 좌완 릴리프 지승민의 컨디션이 100%는 아니라 2군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왼손 유망주 진야곱이 허리 통증으로 고생 중인 것도 아쉽다. 두산은 일단 현재 1군 엔트리 내에서 자구책을 찾을 예정.
3년 전 두산은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 외국인 선발 듀오가 '이닝 이터' 역할을 하며 경기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계투진에 안정적으로 바통을 넘겼다. 이들이 모두 떠난 현 상황서 발발한 히메네스의 경기 도중 부상은 팬들은 물론 선수단의 엄청난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