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지상파 3사에서 방송되는 드라마는 줄잡아 60편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드라마가 시청자를 찾아가지만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몇 편 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드라마가 사극 아니면 멜로로 장르가 한정돼 있을 뿐 아니라 소재도 비슷해서, 배우만 바뀌었을 뿐 지난 겨울에도 보고 이번 봄에도 봤던 이야기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 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드라마는 반갑고, 때때로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MBC 새 주말극 '김수로'는 분명 반가운 드라마고, 호기심이 생기는 드라마다.
방송에서 한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가야라는 나라를 조명하고, 그 시대의 우수한 철기문화를 담아내고, 또 김수로라는 왕을 통해 이 시대에도 통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연출은 맡은 최종수 감독은 "가야라는 나라가 그 동안 강자 중심의 역사 속에서 소외돼 왔다"며 "가야가 알려진 시기도 1970년대에 유물이 다량으로 발견되면서 부터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의 철강 기업을 보유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가야의 우수한 철기 문화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고 가야 문화의 우수성을 말했다.
그러면서 "가야의 김수로왕이야 말로 자유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왕이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을 가진 왕이다. 그래서 이번에 가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게됐다"고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방송 최초로 가야 시대를 조명하는 만큼 그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감독은 "기록이나 유물에 의거한 그 시대의 분위기를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며 "그래서 방송 최초로 고대 풍습인 '순장'을 보여줄 예정이다. 높은 신분의 사람이 죽었을 때, 그의 식솔이나 하인들을 같이 묻는 풍습인데, 그 때 같이 묻혔던 사람들이 어떤 심정이었으며 무슨 생각을 했나까지 고심하며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일주일에 최소한 2편 이상의 사극이 전파를 타는 사극 전성 시대. 그 동안 사극은 많은 진화를 겪어왔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암투가 사극의 주요 소재였던 시대를 지나 우리는 고구려 건국 신화도 봤고, 신라시대 여왕이야기도 들었으며, 조선 시대 노비들의 이야기까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이제 사극은 고대에 사라졌던, 승자의 역사에서 보면 패자임이 분명한 한 나라를 조명하겠다고 나선다.
이 드라마의 시작이 사극의 진화의 연속선에 있는 작품이 되고, 시대와 소재의 지평을 넓혀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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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