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검사 프린세스’(극본 소현경, 연출 진혁)가 오늘(20일) 1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난 3월 31일 막을 연 ‘검사 프린세스’는 초반까지만 해도 철없는 된장녀 검사 마혜리(김소연)의 성장스토리 정도로만 보였다. 그 속에 짝사랑 상대 윤세준 검사(한정수)와 슈퍼맨 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는 서인우 변호사(박시후)의 삼각관계가 양념처럼 첨가되는.
그러나 ‘검사 프린세스’는 중반을 넘어선 이후부터 로맨스가 가미된 ‘미스터리’ 장르로 변모했다. 마혜리를 좋아하는 듯 보였던(?) 서변은 사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것이고, 마혜리의 아버지 마상태는 살인자(사실은 폭행치사지만)였다.

마혜리 아버지와 서인우 아버지의 관계는 의외로 빨리 그 진실이 밝혀졌다. 보통 드라마가 그 비밀이 밝혀질 듯 말 듯한 상황을 길게 끄는 것과 달리, ‘검사 프린세스’는 비밀이 밝혀진 후 상황 전개에 주력했다.
서로가 서로의 원수인,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내 몬 원수의 딸을 사랑하는 서인우나 자신의 아버지에게 복수하려는 남자를 사랑하는 마혜리나 어느 쪽도 편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벌어지는 두 사람의 멜로는 초반 예상했던 가볍고 풋풋한 그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절절했고, 가슴을 후벼 팠다.
그리고 마지막 회를 앞둔 현 시점에서 사건은 조금 더 복잡해졌다. 서인우는 사랑하는 마혜리를 위해 아버지의 원수를 용서키로 했지만, 마혜리가 오히려 아버지 마상태의 사건을 덮지 않았다. 서인우를 위해, 그리고 아버지를 앞으로 더욱 존경하기 위해 그녀는 15년 전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여기에 서인우는 아버지의 원수라고 생각했던 마상태의 변호를 맞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마상태는 사건의 범인이긴했지만, 계획된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였고, 서인우는 그를 증명하기 위해 변호를 맡았다.
이렇듯 ‘검사 프린세스’는 단순한 멜로극도 코믹물도 아니었다. 16회라는 큰 짜임 속에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갔다. 초반 지나치게 발랄하고 과장됐던 것도 다 후에 벌어질 사건의 초석이었던 셈.
‘검사 프린세스’는 한날한시에 막을 올린 KBS 2TV 수목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와 ‘개인의 취향’에 밀려 10%초반의 시청률에 머물렀지만, 방영 내내 호평 일색이었다. 특히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2위였던 ‘개인의 취향’을 따라 잡았다. 순위가 어느 정도 정해진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후반에 갈수록 더욱 치밀해지고 짜임새있는 구성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마혜리와 서인우의 애절한 사랑 역시 한 몫을 했다. 무엇보다 그 어울림이 완벽했던 것.
이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호연 역시 ‘검사 프린세스’를 수작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아이리스’의 여전사에서 철없는 검사로 변신한 김소연은 극의 흐름에 따라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초반 무개념 검사에서 조금씩 진정한 검사로 성장을 거듭했고, 후반에는 아버지의 사건을 직접 파헤치며 사랑하는 사람과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 연기를 훌륭히 선보였다.
박시후 역시 마찬가지. 초반 능글맞은 변호사로 분했던 박시후는 친절한 듯 불친절한, 알듯 모를 듯 매력을 발휘했다. 후반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벼랑으로 몰면서 괴로워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박시후는 서인우와 100% 싱크로율을 보였다는 평가가 이어졌을 정도.
이처럼 짜임새 있는 스토리, 독특한 구성,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검사 프린세스’는 또 한편의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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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