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김재현, '솔로몬식' 추스르기 눈길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5.20 22: 06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
2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둔 SK 와이번스의 홈인 문학구장. SK 선수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특타 포함 저마다 훈련에 열중이었다.
그러나 검은 선글라스를 낀 김성근 SK 감독이 팔짱을 낀 채 배팅케이지 뒤에 서 있는 모습에서 확실히 긴장감이 돌았다. 이날 김 감독은 1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을 쉬지 않고 서서 타자들의 배팅 컨디션을 점검했다. 또 정근우 등 주요타자들에게는 일일이 노크볼을 던져주면서 타격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전날 경기 때문이었다. SK는 19일 넥센에 홈런 5방 포함 19안타를 내주며 16-1로 대패했다. 특히 SK 타선은 선발전원이 무안타에 그쳐 노히트노런 위기에까지 몰렸다. 대타 이호준의 유일한 팀 안타였던 2루타 덕분에 대기록의 제물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1안타로 경기를 마쳐 SK로서는 이만저만 체면을 구긴 것이 아니었다.
박정권도 "그냥 어~ 하다가 순식간에 흘러가버렸다"면서도 "한 번 충격먹고 말면 된다"고 말해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는 것을 인정했다.
SK 주장 김재현(35)은 훈련 중 미팅을 가졌다.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선수단의 사기를 추스르기 위한 것이다.
특히 김재현은 '지혜의 왕' 솔로몬왕의 유명한 일화를 통해 "전날 경기를 잊으라"고 설득력 있게 주문했다.
김재현이 들려준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고대 이스라엘의 다윗왕이 어느날 궁의 세공장에게 자신의 업적을 기리는 반지를 하나 만들라고 지시한다. 그러면서 '큰 승리에도 기쁨을 자제할 수 있는 반면 절망에 빠졌을 때는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글귀를 넣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세공장은 글귀가 떠오르지 않자 솔로몬 왕자를 찾았다. 솔로몬은 세공장의 고민을 들은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거기에 '이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고 적어라"고 말했다.
결국 '전날 충격을 툴툴 털어내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미를 전달받고 의기투합한 SK는 이날 넥센에 9-4로 완승, 최근 넥센전 3연패에서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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