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까지 칸 현지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에 앞서 공개된 ‘하녀’와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영화 ‘시’는 현지시각으로 19일 오전 언론시사회, 저녁 갈라스크리닝을 통해 공개됐다. 갈라스크리닝 이후의 분위기만 봤을 때는 영화 ‘시’의 분위기가 더 압도적이다. 영화 ‘밀양’ 그리고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칸 국제영화제와 깊은 인연을 자랑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 갈라스크리닝이 끝난 이후에 10여분에 가까운 기립박수 세례를 받으며 객석을 꽉 매운 관객들에게 예우와 존경의 눈빛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이에 앞서 열린 영화 ‘하녀’의 갈라스크리닝에서는 5분여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전도연, 그리고 압도적인 연기를 펼친 베테랑 배우 윤여정과 ‘하녀’로 재발견된 이정재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로 칸과 인연을 맺었던 임상수 감독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영화 ‘시’와 ‘하녀’에 대한 세계 언론의 관심도 지대하다. 20일자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이창동의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주제적으로 가장 완벽한 작품이었다”라며 “이창동 감독은 ‘오아시스’ ‘밀양’ 등 최근의 작품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국의 ‘더글러스 서크(지적인 멜로드라마 장르 영화로 유명한 1950~60년 할리우드 감독)’임에 분명하다. 영화 ‘시’는 약자를 괴롭히는 남자들의 세계에 예민하고 감성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지적인 멜로드라마이다”라고 전했다.
AFP 통신은 “시와 범죄를 함께 조합한 한국 영화가 칸을 감동시켰다”며 “연결이 전혀 되기 어려울 것 같은 10대 성폭행과 시의 조합이 칸 영화제를 들썩이게 했다. 칸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을 차지하려는 아시아의 위상을 더욱 확고히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공개된 영화 ‘하녀’에 대해서는 “단순한 리메이크 아닌 완전한 재탄생. 모두가 흥미진진하게 볼만한 최고급 소프트코어 스릴러”(버라이어티), “한국영화의 보석, 감각적인 사회 풍자가 느껴진다”(할리우드리포터), "남자 캐릭터의 이중성이 마음에 들었고 특히 윤여정의 캐릭터가 훌륭했다"(카이에 뒤 시네마의 전 편집장 샤를 떼송) 등의 호평을 받았다. 다만 1960년 작품인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본 다양한 국적의 영화기자들이 “전작에 비해서는 스릴러와 서스펜스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평점을 놓고 봤을 때는 ‘시’와 ‘하녀’ 모두 상위권을 유지하며 박빙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20일자 영국 영화전문잡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시'는 모두 7개 매체로부터 4점 만점 중 2.7점을 받았다. 그에 앞서 영화 '하녀'는 9개 매체로부터 2.2점을 받았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19편의 작품 중 13편이 언론에 공개된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로 가장 높은 3.4점을 받았다. 그 다음에는 자비에 보부아 감독의 '신과 인간'이 3.1점으로 뒤를 이었다. '시'는 2.7점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루트 아이리시'와 함께 3번째로 높은 순위이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의 시상은 오는 23일 폐막식에서 발표된다. 영화 ‘시’와 ‘하녀’, 두 작품 중 어느 작품에 심사위원단이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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