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빛과 그림자...참혹한 현실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05.21 07: 22

영화 ‘시’가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현지시각으로 19일 칸 현지에서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 프랑스 현지 언론은 물론 각국의 많은 평론가들이 호평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각 외신들은 “이번 영화제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이다” “드러나지 않는 뛰어남을 보여주는 이창동 감독의 조용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신작” “이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시나리오 작가-감동 중 한명임을 재확인시켰다” “윤정희의 연기가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등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에게 호평이 쏟아졌고 이에 칸 국제영화제의 수상을 점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이에 칸에 도착해 기자회견, 갈라스크리닝 등 프랑스 칸 영화제의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를 현지시각으로 20일 오후 5시에 칸의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만났다. 

먼저 도착한 ‘시’의 제작사인 파인하우스필름의 대표이자 이창동 감독의 동생이기도 한 이준동 대표는 들뜨기보다는 덤덤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취재진들로부터 시사 이후 호평이 이어져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자 “사실 여기 있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다”며 “칸에 와서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국내에서 외면을 받고 있고 관객이 들지 않아서 솔직히 칸에 있는 것도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날 열린 ‘시’의 공식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영화가 점점 오락에 가까워지는 반면 삶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영화들은 보기 힘들어지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작업하는 것은 모든 프로듀서의 꿈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형인 이창동 감독과 작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전한 것과는 또 다른  심경이다.
영화 ‘시’는 국내에는 지난 5월 3일에 개봉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영화 ‘시’는 21일 오전까지 6만 6877명의 관객수를 동원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 ‘하녀’와 ‘아이언맨2’ ‘로빈후드’ 등의 작품에 관객수를 뺏기며 현재 관객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관객수로만 놓고 봤을 때 현재까지는 흥행 참패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저의 5번째 영화이다. 흥행으로 지금 영화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만약 현실화 된다면 저에게는 첫 경험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힘든 영화를 왜 만드냐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소통하리라는 믿음을 갖고 만든다. 쉽게 만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소통은 그야말로 힘들게 만나는 것이다. 힘들어도 그래도 소통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만약에 누군가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준다면 이건 저한테는 상당한 충격이다”고 밝혔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 투자자에게 손해를 주면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격이 감독들에게 자동적으로 주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저에게 선택은 두 가지이다. 아주 최소의 비용으로 소수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의 영화를 만들든지, 아니면 내가 관객과의 소통을 포기하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영화를 만들든지 둘 중 하나이다. 하지만 전자는 나한테는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소설 쓰면서 그걸 해봤다. 선수들끼리 이해하고 선수들끼리 좁은 통로에서 만나는 것은 해봤다. 하지만 영화에서 남의 돈으로 공동 작업을 하면서 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소설을 쓰겠다. 후자로 봤을 때,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그렇다면 만들 수는 있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 정도의 회의에 빠져있다”는 고민을 전했다.
이에 옆에 있던 여배우 윤정희는 “시사회에서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 프랑스 언론들이 하나 같이 좋은 말로 호평을 보냈다”며 “한국에서도 다 잘 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만약 상을 받게 된다면 여우주연상이 아닌 황금종려상을 타야한다고 본다. 그래야 모든 스태프가 노력한 보람을 얻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게 황금종려상을 받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창동 감독은 “난 여전히 마음이 간절하면 통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와 영화를 같이 만들었던 사람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최소한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마음만은 공유하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돈을 주고도 시라는 주제로 이야기하거나 책을 잃도록 하게 하더라도 잘 되지 않는 세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은 마음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제 영화를 만난 사람들은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받아들인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 영화 속 마음은 받아들이는 것 같다. 결과는 상관없다. 마음만 전달되고 마음이 통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도 그 믿음 때문에 영화를 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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