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홈런포가 KIA의 발목을 잡고 있다.
KIA 외야수 나지완(24)이 올들어 처음으로 2군으로 강등됐다. 지난 한국시리즈 끝내기 역전 우승을 이끌어낸 홈런의 주인공으로 드라마틱한 1년을 보냈던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끝없는 부진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타율 2할3푼7리, 3홈런, 14타점. 나지완이 개막 이후 받은 성적표이다. 애당초 23홈런의 성적과 한국시리즈 MVP라는 수식어를 감안한다면 올해는 30홈런도 충분히 넘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았다. 스스로도 "그 정도는 쳐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범현 감독은 일찌감치 나지완의 3번타자 기용방침을 밝혔고 나지완-최희섭-김상현으로 이어지는 NCK포의 대폭발을 기다렸다. 이미 지난해 23홈런-33홈런-36홈런을 때린 트리오가 올해는 100홈런 이상을 합작할 수도 있다는 희망 시나리오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이들은 17홈런에 그치며 붕괴됐다.
주포 김상현이 고질적인 무릎부상과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막혀 1군에서 낙오했다. 박기남이 공수에서 김상현의 공백을 메워주고 있지만 장타력의 부재는 치유하기 어려웠다. 이런 가운데 나지완은 부상 등 뚜렷한 이유없이 3홈런에 그치며 슬럼프에 빠졌다. 백방으로 노력을 경주해도 홈런포는 가물가물했고 스스로 "그렇게 열심히 훈련했는데도 잘 맞지 않아 힘들다"며 괴로움을 호소했다.
조범현 감독은 "나지완을 따로 불러 이야기 했다. (머리를 가리키며)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아시안게임)대표 팀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강해 잘 풀리지 않은 점도 있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2군에서 시간을 갖으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며 2군행 이유를 밝혔다.
나지완의 2군행으로 인해 장타를 때릴 수 있는 타자는 이제 최희섭만이 남았다. 이미 KIA의 홈런수는 김상현과 나지완의 부진과 함께 26개에 불과하다. 8개 팀 가운데 가장 적다. KIA의 장타력은 다시 48홈런(최하위)에 그친 2008년으로 돌아간 느낌을 주고 있다. 작년에는 팀 타율 최하위였지만 홈런포 3위(156개)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홈런포 방정식이 실종되면서 힘겨운 경기를 펼치고 있다.
강한 선발진을 보유한 KIA가 작년처럼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홈런포가 절실하다. 그러나 김상현의 복귀가 6월 이후에나 가능한데다 활약도 장담하기 어렵다. 나홀로 활약을 펼쳐왔던 4번타자 최희섭도 이제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뒤에 강한 타자가 없다는 점은 최희섭에게 좋은 볼이 갈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기대받은 NCK 라인의 붕괴와 함께 KIA 타선이 중대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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