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개인의 취향'이 해낸 것들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0.05.21 08: 04

KBS '신데렐라 언니'와 SBS '검사 프린세스'와 같은날 시작해 치열한 수목극 전쟁을 펼쳤던 '개인이 취향'이 '검사 프린세스'와 함께 16부로 2달여간의 레이스를 마쳤다.
'핫'한 배우들의 출연, 타이틀롤을 맡은 손예진, 문근영, 김소연의 연기 변신 등으로 뜨거운 시청률 경쟁을 펼쳤던 세 드라마는 결국 4부를 남겨놓고 있는 '신언니'의 승리로 레이스를 마무리하게 됐다.
비록 시청률에서 '신언니'에게 밀리기는 했지만 '개인의 취향'은 젊은 20,30대 여성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MBC 파업으로 인한 좋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성애을 가벼운 터치로 그려내다>
방영 전부터 게이라는 소재로 화제가 됐던 '개인의 취향'은 이 소재를 극에 적극 활용하며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동성애라는 소재는 그 동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됐기에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거의 다뤄진 적이 없고, 조심스러운 소재인 만큼 항상 진지하거나 무겁게만 이야기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은 동성애라는 코드를 로맨틱 코미디와 결합시켜 딱 그만큼의 판타지가 섞인 게이의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 가볍게만 그린다 또는 이미 '미드'를 통해 익숙히 본 모습이라는 평가가 있긴 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는 처음 그려진 모습이었다는 점, 게이 소재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내고 활용법을 넓혔다는 점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게다가 극 중 진짜 게이 최도빈 관장 역을 맡은 류승룡은 묵직한 연기를 통해 다소 가볍게만 그려지던 게이의 모습에 진지함을 더하기도 했다.
<이민호의 가능성을 보다>
'개인의 취향'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이민호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꽃남' 이후 그의 새로운 모습을 목빠지게 기다려온 팬들의 기대만큼 이민호 또한 차기작 선택에 꽤나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대부분의 시놉이 이민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드라마 제작자들도 이민호에게 많은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이민호가 선택한 작품은 '개인의 취향'. 이민호는 기자간담회에서 "'꽃남'의 구준표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었다"며 "구준표가 워낙 만화적인 캐릭터라 이 작품을 통해 '생활인'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급격한 연기 변신보다 '이민호에게도 저런 모습도 있구나'라는 평가를 듣고 싶었고, 이 작품이 앞으로 내 연기 활동에 밑바탕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초반 그는 까칠남 전진호를 연기하며 '구준표의 성인 버전'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빠르게 진호라는 캐릭터에 녹아들며 전작에서 보여준 '만화적'인 구준표를 벗고 '생활인' 전진호를 연기해냈다.
특히 섬세한 감정신에서 손예진과 멋진 연기 앙상블을 보여주며 전작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민호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밝힌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앞으로 배우로서 커나갈 이민호의 행보와 발전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MBC 수목극을 부활시키다>
방송사 입장에서 보면 '개인의 취향'은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수목극에, 1여년 만에 처음으로 두자리 시청률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비록 동시간대 1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KBS '아이리스'나 '추노'에 밀려 줄곧 한자릿수에 머물렀던 시청률을 10%대로 끌어올려준 효자 작품이다.
손예진과 이민호의 효과로 광고는 방영전부터 '완판' 상태였으며, 재방송이나 동영상 조회수 또한 높은 기록을 나타냈다.
이는 MBC 파업 때문에 일부 스태프들이 빠지고, 전 프로인 뉴스시간이 짧아짐에 따라 ,10분 일찍 시작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 눈길을 끈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MBC는 방영 후반 제작사에 연장을 제의하기도 했다.
배우들의 고분분투가 빛났던 '개인의 취향'은 여러 가지 잡음 속에서도 '호박커플' '게임오버 키스' '상고재' 등의 몇가지 포인트를 시청자들에게 기억시키며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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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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