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 이야기를 하니까 죽겠는거야.(웃음) 나도 사람이라 힘들어요".
건강한 몸으로 제 구위를 100%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 숨어있었다. '써니' 김선우(33. 두산 베어스)가 '조금 아픈 상태여야 호투를 하나보다'라는 주위의 이야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 시즌 김선우는 9경기서 4승 3패 평균 자책점 3.93(21일 현재)을 기록하며 선발진의 축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승을 올렸으나 평균 자책점이 5.11로 높고 피안타율(3할1리) 및 피장타율(4할6푼1리)이 높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마다 기복도 심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한결 안정된 투구를 보이며 비로소 에이스 수식어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29일 대전 한화전서는 류현진을 상대로 7이닝 4피안타 1실점(비자책) 승리를 거뒀고 16일 문학 SK전서는 김광현과 맞대결에서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치는 등 대등한 활약을 선보였다. 국내 최고 좌완들과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
20일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김선우는 결막염이 다 나았는지에 대해 묻자 "많이 괜찮아졌다. 장인 어른께서 나 때문에 결막염을 옮아 죄송할 따름"이라며 "16일 경기 때는 눈이 빠지는 줄 알았다"라며 당시 투구를 떠올렸다.
뒤이어 김선우는 "주위 사람들이 '아프면 더 잘 던지는 것 아니냐'라는 농담을 계속 하는 바람에 스스로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19일 잠실 LG전서 김선우는 감기 몸살에도 7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뒤 "감기 몸살이라 제 힘은 발휘하지 못했으나 집중력을 더 발휘해 잘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후 김선우의 주변인들은 '몸이 안 좋으면 오히려 더 잘 던지는 것 아니냐'라며 이야기를 건넨 바 있다.
"그날 감기몸살에도 잘 던진 이후 그런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 지난 4월 마지막 경기에서도 류현진과 맞대결할 때 손 통증이 가시지 않았는데 이기니 그 선입견이 더 확고해진 것 같고. 나도 사람이라 아플 때는 던지기 힘들다".(웃음)
최근 3연패로 허덕이는 팀 상황에 개막전 선발로 7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 켈빈 히메네스가 19일 한화전 도중 왼쪽 허벅지 근육통을 호소, 지난 2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상황. 히메네스가 없는 앞으로 열흘 동안 변함없이 안정된 투구를 선보여야 하는 김선우인만큼 건강한 몸으로 선발진의 축으로 활약하겠다는 선수의 바람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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