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견제 세력이 LG '타성'을 깨웠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5.22 08: 03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야구에서 '연승'은 감독을 웃게 했다. 그러나 짧은 웃음을 짓기까지 오랫동안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져 있는 선수들을 깨우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LG 트윈스 박종훈(51) 감독이 4연승의 신바람에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박 감독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앞서 "매스컴에서 LG가 타성에 젖어있다는 말을 많이 했다.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다"며 "아마도 그 동안 견제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이 안주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박 감독은 부임 직후 지난 해 말 진주 마무리 캠프에서 "견제 세력을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고, 스프링 캠프와 시범경기를 포함해 정규 시즌에도 경쟁력 있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며 안이한 태도를 보인 선수들과 경쟁을 시켰다.

박 감독이 지적한 선수들로는 유격수 권용관(34), 2루수 박경수(26)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 가운데 지난 10년 넘게 LG 유격수를 지킨 권용관은 올 시즌 '영건' 오지환에게 개막전부터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줬다.
권용관 역시 자신의 행동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20일 대구 삼성전부터 올 시즌 1군 엔트리에 처음 포함된 권용관은 첫 경기부터 4타수 3안타 1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지난 시간을 반성했다.
21일 경기 전 3루측 LG 덕아웃에서 만난 권용관은 "그 동안 1군에서 뛰는 기쁨을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3월 어깨가 아파 퓨처스(2군)으로 내려가 있었던 3개월이 나에게 야구의 소중함을 일깨웠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권용관은 "지금은 경쟁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팀이 승리하는데 보탬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큰 깨우침을 한 덕분일가. 권용관은 21일 두산전에서는 자신의 영역이던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권용관은 2회말 수비 실책을 범했으나 5회 오재원의 직선 타구 때 빠른 2루 베이스 커버와 8회 김현수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여유 있게 잡아내며 두산에게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박 감독이 내세운 견제 세력 오지환의 성장이 권용관으로 하여금 타성을 깨우고, 야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며 부상에 시름하고 있는 LG 내야를 튼튼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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