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시' 어려운 영화 아니다" [칸 인터뷰]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05.22 07: 29

영화 ‘시’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공식 언론 시사회를 가진 이후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 ‘시’는 덕분에 황금종려상의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으며 여기에 1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와 극중에서 미자와 한 몸이 돼 열연을 펼친 윤정희에게도 여우주연상감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칸 현지에서 만난 윤정희와의 대담이다. 
- 칸에서 영화 ‘시’가 언론에 공개된 이후에 연기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행복한 날들일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이 2년 전에 저에게 와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부터 촬영할 때까지 제가 영화배우 생활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여기 온 것 자체도 행복하고 영화배우로서 자랑스럽고 그렇다. 정말 감독님이 말한 대로 경쟁을 하는 것은 피곤하고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 갈라스크리닝에 앞서 레드카펫에서 입은 한복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의상은 제 남편이 골라줬다. 왜냐면 제가 좀 어디 나서는 것을 과히 안 좋아한다. 그래서 남편과 동생이 여의도에서 고른 것이다. 저는 그냥 입어 보기만 했다. 그 의상 때문에 옷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마음에 안 들었고 다른 것을 이번에 입었다. 물론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는 했다. 계량 한복은 싫고 심플한 것을 원한다고 했다.
- 16년만에 스크린으로 오랜만에 복귀했다. 인생에 있어서 영화는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도 계속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할 것인지. 
▲물론이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당연히 출연하고 싶다. 영화는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하다. 한 예로 부산일보사에서 전화가 왔다. ‘당신이 부일영화상을 마지막으로 주인공 상을 탔으니 와 달라’고. 그래서 사실 남편 연주회도 있고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당장 달려 갔다. 친정집이 여의도에 있는데 집에도 들르지 않고 인천공항에서 바로 부산으로 갔다. 인천공항에서 부산으로 갈아타는데 시간이 조금 있을 때 그때 이창동 감독과 두 번째로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했다.
- 이창동 감독 작품에 여주인공으로 서게 될지 알았는지. 
▲부산영화제에서 우연히 봤을 때 제가 ‘감독님 언제 영화 만드실거에요’라고 물은 적은 있었다. 감독님의 영화를 1편부터 다 봐서 친분은 없었지만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저에게 시나리오를 줄지는 상상도 못했다. 영화배우로서 감독을 존경하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정도였다. 2년 전에 저에게 제일 처음에는 몇 장의 시놉시스를 줬는데 우리 남편이랑 저는 상상 외의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 이창동 감독과 작업을 한 이후에 느낌은 어떤지.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촬영 전부터 인간적으로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됐다. 감독과 배우의 사이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친구가 됐고 우리는 촬영을 할 때 굉장히 즐겁게 촬영을 했다. 내가 맡은 역할을 어떻게 소화를 해야 하는지만 고민을 했지 그 외에 촬영 스태프도 모두 동생들 같고 너무 분위기가 좋았다. 
- 이창동 감독은 배우를 괴롭히면서 끝까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배우에게 끄집어낸다. 힘들지는 않았는지.
▲이창동 감독과 많은 의견을 교류했다. 그런 과정들이 너무 즐거웠다. 후배들은 어떻게 말하는지 잘 모르지만 조금도 나를 괴롭혔다는 생각은 안했다. 우리 둘 간의 힘든 점은 하나도 없었다. 힘들게 없었다. 다만 어려운 장면, 그 장면을 소화하기에 나와의 싸움이었다. 두 사람간의 인간관계는 절대로 100% 힘든 게 없었다. 작품 분석이 힘들었지 감독과 힘든 것은 없었다.
- 국내 흥행 성적이 좋지가 않다.
▲‘시’를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이 영화는 어려운 영화가 아니다. 타이틀이 ‘시’라고 해서 ‘시를 써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시라는 배경을 두고 인간의 진실성과 도덕성 그리고 고통을 담고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다 잘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 마지막에 미자가 손자를 경찰에 보낸다. 실제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난 영화 속 미자처럼 할 것 같다. 손자를 정말 사랑하니까 그렇게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손자가 사형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적인 양심을 갖고 살게 하게 하려고 그런 결정을 한 것이다. 촬영하면서도 거부반응은 안 느꼈다. 손자를 위해서 진짜 얼마나 노력을 하는 것인가. 
-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난 처음부터 황금종려상을 타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모든 스태프의 노력한 보람이 있고 모든 사람이 즐거울 수 있는 일이다. 여우주연상을 타면 나 혼자만 즐거움을 갖고 다른 사람과 스태프는 ‘그냥 좋다’ 정도이다. 황금종려상을 타서 모두가 즐거웠으면 좋겠고 모두 고생한 보람을 느꼈으면 좋겠다. 또 나는 한국이지만 주인공상을 너무 많이 탔다. 이걸로 내 영화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이창동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타고 내가 나중에 여우주연상을 타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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