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재가 '공공의 적' 이상의 악역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재는 지난 2002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에서 돈과 권력을 지닌 악독한 범인 펀드매니저 조규환 역을 맡아 소름끼치게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아직도 영화사에서 최고의 악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때로는 부드럽고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시청자들을 만났던 이성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공의 적' 속 이성재의 모습을 많이 기억한다고 말하자 그는 "'공공의 적'은 영화도 좋고, 평소 악인을 해보고 싶었던 참에 맡게 된 역이었다. 하지만 당시 모방범죄 논란도 있었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공공의 적'에 등장한 것과 비슷한 엽기적인 범죄가 발생하자 언론은 영화 모방 범죄라 꼬집었고, 그것이 진실이든 부풀려진 것이든, 캐릭터를 연기한 이성재에게는 하나의 상처가 됐다.
이성재는 "당시 나는 나만 좋으면 어때, 라는 마음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런 부분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 주위 여러 상황을 돌아보게 된다"라고 조금은 바뀐 자신의 연기관에 대해 설명했다.
"배우관이나 장르를 불문하고 도전하는 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대중과 사회를 의식한다는 점이다. 나만 좋으면 무조건 된다는 식은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훌륭한 '악역'이 있으면 물론 마다하지 않는다. 다만 이성재는 "천륜을 저버린 '공공의 적' 이상의 악독한 놈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악역을 한다면 당위성 있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을 하고 싶다고. '묻지마 살인범' 류의 악역은 이제 '사절'이다.
한편 이성재는 계윤식 감독의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의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고요함만이 감돌던 DMZ의 북한군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란 호기심에서 출발한 '꿈을 이루어진다'에서 이성재는 축구광인 북한 분대장 역을 맡아 실감나는 사투리 연기와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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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