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타리그가 탄생시킨 최고의 샛별을 꼽는다면 단연 '매의 눈' 김정우(19, CJ)를 빼 놓을 수 없다. 8강 진출을 위한 16강 재경기를 무려 4차례나 치른 그는 사선을 넘어서자 몰라보게 기량이 올라가며 전승 행진으로 생애 첫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4차례 재경기라는 지옥을 경험한 김정우를 지난 20일 서울 이촌동에 위치한 CJ 연습실에서 만났다. 생애 첫 결승전을 앞둔 그는 뒤에 누가 온지도 모를 정도로 연습에 매진 중이었다.
김정우는 "원래 결승전은 처음 올라간 게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는 게 맞잖아요. 더군다나 첫 결승이고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며 인사말을 던졌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이전인 학생 시절 임요환의 경기를 보면서 꿈을 키웠던 김정우는 이번 결승전서 필생의 목표였던 '임펙트 있는 경기'로 챔피언이 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빠르다고 하면 빠르지만 늦다면 늦은 거지요. 이번에 결승에 올라가니깐 친구들이 꿈을 키우고 이뤄나가고 있는 제게 '부럽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임요환 선배의 경기를 보면서 '아! 나도 프로게이머가 되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임펙트 있는 경기였죠. 저도 이번 결승전서 그런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직 임펙트 있는 경기를 해보지 못했냐는 물음에 그는 "만약 경기를 보시는 시청자들이나 팬들께서 '내가 해도 저것 보다는 잘할 텐데'라는 경기들이 있잖아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고요. 그런데 막상 제가 그 입장이 되니깐 힘들더라고요. 사실 슬럼프도 그렇게 온 것 같아요"라며 자연스럽게 슬럼프에 빠졌던 당시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김정우는 프로리그 2008-2009시즌 최고 히트작이라고 할 만큼 지난 시즌 프로리그에서는 단연 발군의 능력을 보여줬다. 소속팀 CJ를 플레이오프에 견인하는 데 그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당연히 그해 신인상도 김정우의 차지였다.
그런 그가 2010년 들어서면서 병이라도 난 듯 휘청거렸다. 나가는 경기 마다 패했고, 팀도 함께 휘청거렸다. 선수층이 두텁기로 소문난 CJ도 에이스의 부진에 함께 힘을 쓰지 못했다.
슬럼프 당시를 캐묻자 그는 "너무 힘들었다. 성적이 나다 보니 거만해진 것이 문제였고, 연습량이 줄자 누적되면서 성적으로 나타났다. 여기다가 의심의 눈초리가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계속 지는 마당에 팬들께서 '너 혹시 그런 선수 아니냐'라는 시선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부담이 가중되니까 이길 경기도 지더라"라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어 그는 "계속 안 풀리다가 정말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16강 재경기는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 4차 재경기까지 가는 동안 잃었던 감각과 자신감을 모두 찾을 수 있었다. 솔직히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나중에는 꼭 올라갸야겠다는 독기를 품게 됐다. 굉장히 힘들었지만 고마운 기억이고 경험"이라고 회상했다.
첫 결승 무대지만 김정우는 절대로 우승을 양보할 생각도 이영호의 들러리가 될 생각도 없다.
"박세정 선수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영호 선수가 결승에 올라오기를 바랐다. 내가 테란전에서 연패했고 상대가 최고의 선수이다 보니까 결승에서 꺾으면 최고의 우승이 아닐까 싶었다.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이번 결승전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3-0 으로 이기면 좋겠지만 3-1 우승을 예상하고 있다. 첫 경기를 잡고 가면 나의 우승은 결코 꿈이 아니다. 이영호 선수의 승리를 예상하시는 분들에게는 이번 결승전에서 정말 재미있는 반전 드라마를 보게 될 것이다. 기대하셔도 좋다". 김정우의 당찬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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