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왈론드와 2년 전 봉중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5.23 09: 18

한 달전만 해도 퇴출이 당연해보였던 외국인 좌완은 점차 좋은 선발투수의 면모를 비추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왼손 선발 레스 왈론드(34)가 선발로 2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며 변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왈론드는 지난 23일 잠실 LG전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4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회 무사 만루 위기를 탈삼진 2개와 2루 땅볼 유도로 넘긴 왈론드는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불과했으나 이를 너클 커브, 투심 등으로 상쇄하며 위기를 넘기는 투구를 보여줬다.
비록 뒤를 이은 정재훈이 1-1 동점을 허용하며 왈론드의 2번째 선발승은 날아갔다. 그러나 지난 15일 문학 SK전서 5이닝 2실점으로 선두팀에 일격을 가한 데 이어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는 점은 분명 팀에 고무적인 일. 왈론드의 올 시즌 성적은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5.59.(23일 현재)

지난해 요코하마에서 활약하다 팔꿈치 통증으로 8월 20일 이후 등판 기록이 없었던 왈론드. 두산 입단 시에는 재활이 끝난 상황이었으나 부상 재발 우려로 제 투구폼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로 인해 4월까지 불안한 모습만을 비췄던 왈론드는 2군에 다녀온 후 달라졌다. 평소에 비해 투구 시 양 발이 안쪽으로 향하는 모습으로 바뀌었고 그와 함께 볼끝이 조금 더 묵직해진 동시에 변화구 움직임도 좋아졌다.
두산 관계자는 "왈론드가 2군에 다녀온 후 투구 시 몸을 안쪽으로 향했다가 뿜어져 나오는 듯 한 자세로 바뀌었다"라고 밝혔다. 이는 2007년 6승 7패 평균 자책점 5.32에 그쳤으나 이듬해 11승 8패 평균 자책점 2.66을 기록하며 화려한 발전상을 보여준 '봉타나' 봉중근(30. LG)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애틀랜타-신시내티에서의 미국 외유를 마치고 2006년 LG와 계약을 체결한 봉중근은 국내 무대 첫 시즌이던 2007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렸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으나 타자를 확실히 제압하기에는 아쉬움이 있었던 것.
와신상담을 노린 봉중근은 투구 자세를 이전에 비해 조금 더 움츠러든 동작으로 바꿨다. 들어올리는 왼발이 투구 축이 되는 오른발쪽으로 향했다가 릴리스포인트 시 힘껏 내딛는 동작. 봉중근의 변화를 지켜본 한 야구인은 "주자 출루 유무에 관계없이 몸 안쪽으로 힘을 응축시켰다가 내뿜는 투구폼으로 변화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공에 힘을 더하는 쪽으로 전개된 것.
물론 왈론드의 현재 모습이 봉중근의 당시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봉중근은 2년 전 140km 후반의 빠른 직구를 지속적으로 구사했으나 왈론드의 볼 끝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질 경우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왈론드는 일전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며 "고등학교 졸업반 때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격 전향했다. 따라서 내 또래 투수들에 비하면 매뉴얼이 다양한 편은 아니었다"라며 "그래도 투수로 뛴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경험을 바탕으로 투수 인생에 빛을 보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 달 전만해도 '미운오리' 신세였으나 점차 '백조'의 면모를 비추고 있는 그가 세인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두산의 선발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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