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지마. 변화구를 너무 믿지 말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감을 잃지 않게 직구를 힘껏 던져야 돼".
아직 만족할 만한 빠르기는 아니다. 그러나 동기생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솟아오르는 듯한 공을 던진 것은 의미가 컸다. 두산 베어스의 2년차 우완 성영훈(20)이 조금씩 제 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성영훈은 23일 잠실 LG전서 3-4로 뒤진 4회초 선발 김선우를 구원해 2이닝 동안 1피안타(탈삼진 2개) 무실점을 기록한 뒤 6회 1사 2루서 정재훈에게 바통을 넘겼다. 정재훈이 이대형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1실점은 성영훈에게 돌아갔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 이미 덕수고 2학년 시절 152km를 던졌던 성영훈에 대한 기대감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미야자키 전지훈련서 가장 구위가 좋았던 투수가 성영훈이기 때문.
전지훈련을 거쳐 시범경기에서 그가 새롭게 꺼내든 구종이 있다.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에서 성영훈은 커브를 꺼내들었다. 시범경기 초반이던 3월 6일 문학 SK전에는 1이닝을 탈삼진 3개로 마무리 할 정도로 움직임이 좋았으나 이를 남발하다 직구 구위가 확 떨어진 것은 화근이었다.
1,2군을 오가며 데뷔 시즌인 지난해처럼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성영훈. 23일 LG전을 앞두고 한 선배 투수는 성영훈에게 이러한 조언을 던졌다.
"당장 실적을 내겠다고 직구보다 변화구에 의존하는 투구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팔꿈치가 다시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두려움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힘껏 해봐야 한다. 나도 최근에는 직구를 힘껏 던지려고 노력 중이다. 네가 스스로 구위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23일 경기서 성영훈은 직구-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두루 섞어 던졌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성영훈이 구사한 것은 직구. 5회초 마지막 타자 오지환을 상대로는 파울 커트로 인해 9구까지 흘러갔으나 마지막에는 직구를 힘껏 던졌다. 바깥으로 다소 높은 느낌이 있던 140km의 공이었으나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
구단 전력분석팀은 성영훈의 공에 대해 "아직 직구 최고 구속이 142~3km정도였다"라면서도 "볼 끝이 살아 날아드는 스타일이다. 그 정도 구속이라도 충분히 승산있는 투수가 바로 성영훈"이라는 말로 구위가 괜찮았음을 이야기했다. 선수 본인 또한 경기 전 선배의 조언을 바른 자세로 경청한 뒤 "알겠습니다"라는 답과 함께 눈빛을 반짝였고 경기력으로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였다.
아직 성영훈은 더 던져야 할 공이 많은 투수. 지난해 팔꿈치 통증 속에 혹독한 첫 시즌을 보냈던 그가 다시 '파이어볼러 유망주'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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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23일 잠실 구장에서 열렸다.
팀의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성영훈이 공을 뿌리고 있다.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