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축제의 막 내리다: 우리가 얻은 것은? [칸 폐막식]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05.24 03: 09

제63회 칸 국제영화제가 축제의 막을 내렸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12일부터 개막작 ‘로빈후드’의 상영을 시작으로 23일 폐막작 ‘트리’의 마지막 상영까지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개막식에 앞서서는 아이슬랜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유럽 남부로 확산되면서 칸도 그 영향권 안에 들지 몰라 많은 우려를 낳았지만 영화제 내내 칸에서는 맑고 화창한 날들이 계속돼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돋았다.
또한 칸에 입성한 한국영화들이 칸 현지에서 상영 이후에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 ‘시’와 ‘하녀’ 뿐만 아니라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주목할만한 부문의 대상을 수상하고 그 외에 비평가주간에 초청 받은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도 신인 감독의 연출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탄탄한 연출력과 섬뜩한 스토리 라인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칸에서의 한국영화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 칸에서 수상 행진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 어느 해보다 갚진 결실을 이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하하하’가 제63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홍상수 감독과 함께 칸에 첫 방문한 유준상 예지원 등의 주연배우도 수상의 기쁨을 함께 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단상에 올라 “팀 버튼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칸 영화제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며 "특히 여주인공인 윤정희와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미자의 삶을 준 영화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 칸에 부는 한류 열풍
올해 칸 영화제에서는 칸에 부는 한류 열풍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한국의 박스오피스의 괄목할만한 성장, 영화 티켓 가격의 상승과 그에 따른 극장 수익의 증가 등을 크게 다뤘다. 또한 <칸에 부는 한류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올해 영화 ‘시’와 ‘하녀’가 제63회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비평가 주간에 초청돼 칸에서의 한국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내용을 3페이지에 걸쳐서 대서특필했다.
■ 윤정희-윤여정-전도연, 女배우들의 이견이 없는 연기력 호평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문은 영화 ‘시’의 여주인공을 맡은 윤정희와 영화 ‘하녀’의 윤여정, 전도연에게 전세계 언론이 이견이 없는 호평을 보냈다는 것이다. 윤정희에게는 “줄리엣 비노시(copie confome), 레스리 멘빌(another year)과 함께 주연상 후보에 덧붙인다(르몽드)” “한국의 유명한 배우인 윤정희의 연기는 명백하게 주연상 후보감이라고 할 수 있다(르 푸앵)”라는 호평을 보냈다. 
영화 ‘하녀’의 언론 시사회가 있은 이후에는 “전도연은 한국의 가장 변화무쌍한 배우 중의 하나로 이번에도 깊은 공감 속에 캐릭터 속으로 사라진다(버라이어티)” “남자 캐릭터의 이중성이 마음에 들었고 특히 윤여정의 캐릭터가 훌륭했다(카이에 뒤 시네마의 전 편집장 샤를 떼송)” 등의 극찬을 받았다. 
■ 칸 필름 마켓의 선전
칸 필름 마켓은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의 여파 속에 다른 해에 비해 판매가 활발하지 못했지만 한국영화는 예상외의 선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영화 ‘시’는 스페인과 대만, 구 유고슬라비아에 이어 그리스까지 총 4개국에 수출됐다.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의 각본상 수상 낭보까지 전해져 폐막식 이후에도 계속 구매 요청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시’와 함께 칸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하녀'는 칸 필름 마켓에서 그리스, 홍콩, 싱가포르, 태국, 이탈리아, 호주 등 6개국에 판매됐다. 그 외에 ‘포화속으로’는 영국, 독일에 이어 스크리닝 직후 싱가포르, 러시아 등과도 계약을 체결해 4개국으로의 수출이 확정된 상태다.
■ 우리에게 남겨진 고민 
영화 ‘시’ 그리고 '하하하’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선전하며 세계적인 영화 평론가와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이끌어 냈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 ‘시’와 ‘하하하’는 각각 7만, 3만 명 정도의 관객수를 모으며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하위권으로 밀려 있다.
이에 이창동 감독과 홍상수 감독은 칸의 입성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 한국 관객들에게 외면 받는 국내 박스오피스 현실에서 영화를 연출하고 개봉하는데 고민이 깊다는 것을 칸 현지에서의 인터뷰를 통해서 전한 바 있다. 한국 영화 팬들에게 ‘영화제용 영화일 뿐’이라는 편견을 깨고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 지점에 있어 고민을 던졌던 칸 국제영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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