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이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화 ‘밀양’으로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긴지 3년만의 쾌거이다. 현지시각으로 23일 폐막식을 마치고 한국 취재진들과 인터뷰 자리가 이어졌다. 이창동 감독은 “한국에서 황금종려상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해서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는 황금종려상에 목을 매지는 않았다. 그렇게 목을 매는 게 조금은 자존심 상했다. 마음을 비우고 그냥 관객들하고 우리만의 방식, 우리만의 새로움으로 소통하면 저절로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제는 올림픽 게임처럼 승패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저 자신부터 벗어나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 것이 오히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기대를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떠나겠다”고 전했다.
- 각본상으로 이름이 호명됐을 때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저는 솔직히 일단 여우주연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만난 기자들도 여배우의 대한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상을 안 주면 이상하다고 그런 말도 들어서 미안했다. 차마 미안해서 선생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윤 선생님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나 관계자들의 반응으로 이미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신다.
- 한국의 흥행, 관객과 소통이 덜 되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상을 받는 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 황금종려상이 아닌 각본상을 받아 아쉬움이 남지는 않은지.
▲사실 저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다. 거의 뭐 작품에 객관적인 평가라는 것은 영화에 있어서 있기 힘들다. 굉장히 많은 것들이 함께 작용해야 만들어지는 것이라서 저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제가 부담스러운 것은 남들이 기대하는 것이었다. 이쪽 현지에서도 너무 기대를 해서 날이 갈수록 걱정이 됐다.
▲하지만 팀 버튼 감독과 심사위원들이 우리 영화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좋게 평가를 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 각본상은 기대를 했는지.
▲각본상도 기대하지 않았다. 저는 여우주연상을 기대했다. 여우주연상은 정말 받을만하다고 생각을 했다. 다른 작품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만나는 기자들, 현지 기자들은 다 윤정희를 이야기하고 여우주연상감이라고 말해서 기대했다. 여우주연상감이라고 생각을 했다.
- 수상에 대한 소감은
▲시나리오의 미덕을 평가 받은 것 같아서 기쁘고 행복하다. 여우주연상을 못 받은 윤정희 선생님에게 미안하지만 상보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과 관계자들이 윤 선생님 연기에 감동하고 그야 말로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했던 것, 그 자체가 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격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황금종려상도 한국에서 많이 기대를 하고 노벨상을 기다린 것처럼 그랬던 것 같다. 현지에서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저도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저는 황금종려상에 목매이지 않았다. 그렇게 목을 매는 게 조금은 자존심 상했다. 마음을 비우고 그냥 관객들하고 우리만의 방식, 우리만의 새로움으로 소통하면 저절로 오리라고 생각한다. 올림픽 게임처럼 승패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저 자신부터 벗어나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는 것이 오히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도 기대를 해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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