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에 섞여온 모조품이 아니었다.
요즘 KIA 3루수 박기남(29)이 펄펄 날고 있다. 주전 3루수이자 해결사 김상현이 무릎부상으로 비운 자리를 그냥 메우는게 아니다. 화끈한 홈런포는 아니지만 꼭 필요할 때 날리는 득점타, 물샐틈 없는 촘촘한 수비력, 근성과 활력의 야구를 펼치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박기남은 김상현과 함께 지난 해 4월 KIA 유니폼을 입었다. 둘 다 포지션이 비슷한 3루수였다. KIA는 강철민과 김상현 1대1 트레이드를 추진했지만 LG와 협상 끝에 2명을 받기로 했다. 원래 다대일 트레이드는 등록선수 한도 문제와 유망주들의 의욖을 꺾는 부담이 있다.

KIA의 원래 계획은 김상현을 외야수로 쓸 계획이었다. LG 2군에서 외야훈련을 했었다는 정보도 입수한 상태였다. 박기남은 내야 백업요원으로 기용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김상현이 3루수로 기용하자마자 홈런포를 터트리며 자리를 잡았다.
트레이드 당시 KIA의 내야상황은 불안했다. 신인 안치홍이 3루수, 이현곤은 유격수 전업, 김종국을 2루수로 나서고 있었다. 그런데 김상현이 들어오면서 3루수로 자리를 잡았고 안치홍이 2루수로 이동했다. 김종국은 주전을 내놓았고 2군으로 물러났다.
수비력을 갖춘 박기남의 자리는 김선빈과 함께 백업요원이었지만 주로 대수비 요원이었다. 경기수(104경기)보다 타석(89타석)이 적은 이유였다. 그가 '포카리 박'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도 이길때마다 덕아웃에서 포카리 ○○○ 음료수 통을 들고 승리자축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백업요원의 운명이다.
그래도 박기남은 1군 엔트리에 살아남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도 함께 누렸다. 비록 이적생이지만 동료들과 함께 잠실구장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며 팀의 일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뿌리내렸다. 팀내외에 성실한 이미지를 남겨놓은 결실도 있었다. 두둑한 보너스도 받았고 연봉도 3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이나 올랐다.
하지만 그의 정체성은 여전히 백업요원이었다. 홈런왕, 타점왕을 따내며 정규리그 MVP에 오른 김상현의 그림자에 가릴 수 밖에 없었다. 2루는 안치홍이 굳건히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겨우내 한눈 팔지 않고 땀을 흘렸다. 자신이 2004년 데뷔 이후 단 한번도 풀타임, 혹은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타고난 성실성은 그의 재산이었다.
밝은 성격, 그리고 팀이 자신을 필요한 순간만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의지는 통했고 기회는 찾아왔다. 김상현이 왼 무릎수술과 함께 장기이탈했다. 박기남은 찾아온 기회를 주저않고 마음껏 즐기고 있다. 타율 3할2푼6리. 3홈런, 20타점,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도이다. 20타점은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그의 안정된 수비력은 투수와 내야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작년부터 비록 김상현에 가렸어도 박기남의 존재감은 조범현 감독도 인정했다. 보이지 않고 묵묵히 일하지만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플레이를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보석 김상현에 섞여온 잡석은 아니었다. 이적 1년만에 이를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 KIA로서는 재차 트레이드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박기남의 활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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