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는 지겨운 장르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이다.
지난 2008년 영화 '추격자'의 흥행으로 '범람'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스릴러 장르가 충무로에 쏟아졌기 때문. 작품성이 수준에 못 미치는 스릴러 영화들이 관객들을 어느 정도 '질리게' 만들었다면, 올 하반기에는 새로운, 그리고 잘 만든 스릴러 영화들을 기대해 봄직 하다. 스릴러의 성대한 부활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쫓고 쫓기는 추격극, 스릴 넘치는 액션의 카타르시스, 가슴 졸이는 장면의 급습 등 스릴러 장르만의 재미를 선사할 하반기 기대작들에는 뭐가 있을까?

'이끼'
7월 개봉하는 2010년 강우석 프로젝트의 '이끼'는 동명 인터넷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30년간 은폐된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을 찾은 낯선 손님 유해국(박해일)과 이유 없이 그를 경계하는 천용덕 이장(정재영) 등 마을 사람들간의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그린 영화.
충무로의 미다스 손 강우석 감독의 처음으로 만드는 스릴러로 원작과는 다른 강우석만의 감성과 재능을 집어넣었다. 특유의 풍자적 유머가 더해져 원작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와 영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파괴된 사나이'
7월 개봉하는 '파괴된 사나이'는 무엇보다도 배우의 힘을 보여줄 영화로, 김명민의 '필사의 추격극'이다. '연기 본좌' 김명민이 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목사에서, 5살 된 딸 혜린이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끝도 없이 타락하는 극과 극의 인물을 동시에 보여준다. 신에 대한 믿음도 가족도 모두 잃은 그에게 딸이 살아있다고 전하는 전화 한 통.
8년의 세월을 돌이킬 수 있는 단 한번의 기회를 얻은 남자의 절절한 부성이 김명민의 연기력으로 폭발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심야의 FM'
'심야의 FM'이 기대되는 이유는 유일한 '여성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청순하면서도 고혹적인 배우 수애가 주연을 맡았다.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되는 두 시간 동안 정체불명의 청취자가 지시하는 대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DJ가 그를 추격하며 벌이는 사투를 그린 영화다. 수애가 가족을 납치당한 심야영화음악 프로그램의 인기 DJ 고선영으로, 유지태가 고선영의 가족을 납치한 정체불명의 청취자로 분해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스피디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가족을 구하고 싶다면, 두 시간의 생방송 동안 미션을 해결하라'는 비교적 진부한 콘셉트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관건.
'황해'
'황해'는 나홍진 감독, 배우 김윤석-하정우 콤비가 다시 뭉친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이는 영화. 제작 초기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 스릴러 장르 인기의 포문을 연 '추격자' 흥행 신화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살인 의뢰를 받고 서울에 잠입하지만 일이 틀어지며 또 다른 살인청부업자에게 쫓기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묵직한 스릴러의 정통 재미를 전달해줄 것으로 보인다.

'악마를 보았다'
'스타일리스트' 김지운의 첫 스릴러다. 월드스타 이병헌과 오랜만에 악인으로 스크린에 돌아 온 최민식이란 이름만으로도 영화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살인을 즐기는 연쇄살인마와 그에게 약혼녀를 잃고 그 고통을 뼛속 깊이 되돌려 주려는 한 남자의 광기 어린 대결을 그렸다. 칸 필름마켓에서 첫 날, 프랑스에 선판매 돼 주목받기도 했다.
이병헌은 약혼녀를 잔인하게 살해당한 국정원 경호 요원 수현 역을, 최민식은 악마 같은 연쇄살인마 경철 역을 연기한다. 강도 높은 수위 속에 매력적인 피의 향연이 펼쳐지며 마니아들을 자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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