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두리번두리번 화장실부터 찾게 된다면?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5.24 10: 36

한의원을 개원하고 난 뒤 지금 운용하는 주 종목(?)은 생활 고질병이다. 당장 죽을병은 아니지만 지긋지긋하고 골치 아픈 질환들, 내원하는 환자들의 표현을 종합해 보면 ‘병 같다고 하기는 뭔가 좀 그렇고, 어쨌든 골치 아픈 증상 때문에 짜증을 달고 살게 된다’는 질환을 전문적으로 하다 보니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환자들의 생활 속 고행(?)담을 많이 듣게 된다.
얼마 전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진 남자 환자 한 명 내원했다. 공공기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나름대로 연봉도 괜찮게 받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원하자마자 어떤 증상이 있는지 말조차 해주지 않고 다짜고짜 완치되는데 얼마나 걸리겠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한의원 홈페이지를 뒤져본 후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같아 한의원을 찾아온 것이다. 한의사라고 얼굴만 보면 어떤 질병인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좀 당황스러웠다. 어쨌든 문진을 끝내고 진찰을 한 뒤 몸 상태에 맞게 처방을 내리고 병을 잘 고쳐보자고 했다. 
2주 정도 치료한 후 차도도 보이고 좀 친해지니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게 됐다. 이 환자는 긴장을 하거나 중요한 자리에만 가면 갑자기 몰아치는(?) 노크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한다. 소개팅 자리에서도 빼놓지 않고 이런 현상이 발생해 도저히 참다못해 한의원을 찾은 것이다.

특히 좀 괜찮다 싶은 상대가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그 때부터 아무 생각이 나질 않고 신경은 오로지 배로만 간다는 것이다. 쿡쿡 찌르기도 하고, 뭔가 화끈한 느낌이 아랫배를 자극하면 앞에 있는 퀸카가 무슨 말을 해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고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환자가 치료해야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비교적 쉽게 치료 되는 질환이다. 그런데 말하기 쉽지 않은 증상인지라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는 것이 힘들어 치료가 늦어지고 그러다보니 치료하는 기간이 더욱 오래 걸리게 되는 질병이다.  
아까 말한 그 환자와 나는 치료를 하면서 서로 많이 친해져 지난 주 치료를 끝내고 같이 저녁을 같이 먹었다. 식사 중에 앞으로의 생활 습관과 주의 사항을 얘기해 주면서 짓궂은 장난을 좀 쳤다. 영화 몽정기2에 보면 남자 주인공이 예쁜 여자 앞에서 가스를 뿜는데, 혹시 그건 없냐고 슬쩍 농담을 던졌는데, 처음 내원할 때는 그런 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해 오히려 내가 민망했다.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 내시경이나 엑스선검사로 확인되는 특정 질환은 없지만 식사나 가벼운 스트레스 후 복통, 복부 팽만감과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 혹은 변비 등의 배변장애 증상을 가져오는 질환이다”라며,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꾸준한 치료를 받게 되면 완치가 쉬운 질환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되도록 빨리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꾸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평소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로 잡은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산책이나 조깅을 자주 하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과일 등을 많이 섭취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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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해우소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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