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김수현식 동성애 풀어내기 '감동'
OSEN 봉준영 기자
발행 2010.05.24 16: 03

SBS 주말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가 김수현 작가만의 동성애 풀어내기로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재혼한 가정을 중심으로 시부모, 자식들의 이야기를 담은 김수현식 가족드라마다. 그러나 안방극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재인 동성애를 중심으로 끌어들이면서 관심과 함께 우려의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
초반 동성애란 코드가 TV드라마로 보기에는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인생은 아름다워’는 드라마의 거장이라 불리는 김수현 작가답게 극 속에 묻어나는 그들의 아픔을 진실되게 그려 결국 감동을 이끌어냈다. 

23일 오후 방송된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태섭(송창의)이 부모님 앞에 통한의 눈물을 쏟으며 동성애자임을 고백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에 오열하는 태섭과 아들의 힘겨웠던 삶을 가슴으로 끌어안은 어머니 민재(김해숙)와 아버지 병태(김영철)의 아름다운 가족애는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방송분에서 태섭은 막내 동생 초롱(남규리)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들킨 뒤 부모님께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먼저 민재를 찾은 태섭은 “여자가 아닌 남자를 좋아한다”며 “차라리 털어놓고 죽도록 매를 맞든 쫓겨나든 하겠다. 셀 수 없이 죽고 싶었다. 이제는 더 이상 거짓말로 못 살겠다”고 고백했다.
아들의 충격적인 고백에 자신이 친엄마가 아님을 자책하며 떨리는 손을 부여잡던 민재는 이내 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아와 태섭을 포용했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태섭의 손을 잡으며 “혼자서 많이 힘들었겠다. 그거 취미생활 아닌 거 나도 안다. 어떻게 해보자. 넌 우리 자식이다. 하늘하고 땅이 맞붙어도 그건 어떻게 못한다”며 태섭을 다독였다.
그러면서 이 사실을 듣고 충격에 빠진 남편에게는 “엄동설한 산 속에 우리 애 빨가벗겨 세워놓지 말자. 바람막이 쳐주고 옷 든든히 입혀 우리가 난로가 되자”며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 앞에 태섭은 무릎을 꿇었다. 바닥에 엎드려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태섭에게 병걸은 “미안하다. 달라진 거 없다”고 아들을 일으켜 세워 끌어안았다. 태섭은 부모님을 향한 죄스러움에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이날 방송 후 시청자들은 송창의의 힘겨운 커밍아웃과 오열, 그리고 이를 감싸 안은 가족애로 인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오늘 방송 내내 감동이었다. 송창의의 눈물 연기에 나 역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가슴이 메어진다.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과 그동안의 힘겨운 삶으로 오열하는 태섭과 이를 사랑으로 포용하는 모습에 가족애를 느꼈다”, “송창의, 김해숙, 김영철의 연기에 가슴이 먹먹하고 코끝이 찡해지더라”는 등 호평이 이어졌다.
이처럼 태섭이 커밍아웃을 하는 과정에서 김수현식 대사는 비로소 빛을 냈다. 한국사회 특히 가족애가 특히 강한 대가족 속에서 자란 한 남자의 커밍아웃은 충격적인 동시에 더욱 가슴을 후벼 팠다. 평생 죄인처럼 살았던 태섭이나 그 아들의 아픔에 함께 눈물을 흘린 부모의 모습은 동성애라는 소재가 아니더라도 우리네 가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부모뿐만 아니라 할머니를 비롯 다른 가족들에게 커밍하는 모습이 비춰질 예정이라 또 한번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대가족 속에서 장남이 커밍아웃을 하는 과정을 김수현 작가는 어떻게 그릴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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