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최소 2편 이상의 사극을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사극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많아지는 편수만큼 사극의 형태나 소재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년전만 해도 우리가 볼 수 있는 사극의 모습은 조선시대가 전부였다.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 만큼 재현하기도 쉬웠고, 정사(正史) 뿐 아니라 야사(野史)의 기록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 왕실의 이야기가 주가 됐고, 그 중에서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권력 암투, 특히 후궁들의 싸움이 극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다양한 사극을 접하게 됐다. '폐인'이라는 말을 양상하며 여성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다모'는 '퓨전 사극'이라는 말을 등장시키며 현대극의 멜로 라인와 사극에서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역동적인 액션신을 등장시켜 사극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후 딱딱하고 무거운 톤의 정통 사극에서 벗어난, 다양한 톤으로 그려진 사극들이 등장해 사극의 진화를 보여줬다.
'쾌도 홍길동'이나 '탐나는도다'처럼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해 현대극 못지않은 발랄함을 보여주는가 하면, '추노'는 그동안 극의 중심 소재로 등장한 적이 없었던 노비들의 이야기를 액션 영화 못지않은 역동적인 영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또한 조선시대에만 머물렀던 사극이 기록이 전무하다시피한 고대까지 그 영역을 넓히며 상상력의 세계를 펼쳐보였다.
고구려 건국 신화를 다룬 '주몽'을 비롯, 한반도의 가장 광활했던 대륙을 소유했던 고구려 광개토왕의 이야기를 담아낸 '태왕사신기', 한국 역사상 최초의 여왕인 신라의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그린 '선덕여왕'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사극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대장금' 등이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작품들이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하며 그 규모면에서도 큰 성장이 이뤄졌다. 한류스타 배용준을 앞세운 '태왕사신기'는 430억이라는 제작비가 투입돼 화제를 모았다.
오는 23일이면 또한번 사극의 진화를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사극이 방송된다. 방송 역사상 한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가야의 철기문화와 해상문화를 조명하는 '김수로'가 방영될 예정인 것.
제작비 200억이 들어간 이번 작품 역시 예고편을 3D로 제작하고, CG를 이용한 전투신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잊혀졌던 가야를 재조명하는 이번 작품이 한국 드라마의 진일보한 면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듣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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