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력에서는 분명히 우세입니다. 그러나 정신력에서는 일본도 뒤지지 않습니다".
일본의 한 기자가 72번째 한일전을 앞두고 강조한 내용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이 풍부한 해외파를 자랑하면서 전력이 뒤지지만 '설욕'을 노리는 일본의 정신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24일 저녁 7시 20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한일전(2-0 승)에서 일본은 기량뿐만 아니라 투지에서도 뒤지는 모습이었다. 한국을 제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출정식을 치르겠다는 야욕도 소용이 없었다.

한국이 투지에서도 앞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치열한 주전 경쟁이었다. 최종 엔트리(23인)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근호와 염기훈이 그 주인공이었다.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몸을 아끼지 않는 전방 압박을 선보였다.
여기에 '산소탱크' 박지성의 활약도 돋보였다. 경기를 앞두고 내린 비로 흠뻑 젖은 잔디 위에서도 위치를 가리지 않고 놀라운 활동량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전반 5분 선제골도 빈 공간을 파고드는 감각적인 돌파로 만들어냈던 박지성은 강한 압박 플레이로로 일본의 공격을 저지했다. 전반 38분 전방부터 끈질긴 압박으로 결국 공을 뺏은 것이 대표적이었다.
수차례 만회골을 노렸던 일본은 번번이 공격이 실패로 끝나자 지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후반 45분 박주영이 페널티킥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자 시종일관 "닛폰"을 외치면서 일본을 응원하던 '울트라 닛폰'도 함성이 잦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반면 1000여명의 '붉은악마'는 오히려 기세를 올리면서 72번째 한일전(40승 20무 12패)의 승리를 즐겼다. 한국이 기량과 투지 모든 면에서 앞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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