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치열한 주전 경쟁은 이제 시작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5.25 07: 43

"선의의 경쟁은 선후배 관계를 떠나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허정무 감독).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 주전경쟁의 막이 올랐다.
허정무 감독은 25일 오전 일본 나리타 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한일전에서 자신감을 얻은 허정무 감독은 오스트리아에서 마지막 담금짐을 하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의 각오와 달리 선수들은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여야 한다. 어느 정도 월드컵 최종 엔트리(23인)의 윤곽이 잡힌 상황에서 출전 가능성을 확인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 박주영의 파트너는 누구?
한일전에서 허정무 감독은 박주영의 기량을 재확인했다. 최소한 전방에서 박주영의 위치를 위협할 존재가 대표팀에는 없다. 자연스럽게 초점은 박주영의 파트너는 누군가로 좁혀진다.
일단 현 시점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의외로 이승렬이다. 에콰도르전까지 주전이 아닌 생존을 고민했던 이승렬은 한일전의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주전을 노리는 위치까지 도약했다.
한일전에서 이승렬이 보여준 박주영과 찰떡궁합은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는 다른 선수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물론 '라이언킹' 이동국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다양한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구축할 수 있다.
▲ 중원은 박지성의 위치가 문제
중원은 또 다른 의미에서 격전지다. 이미 박지성과 이청용 그리고 기성용과 김정우라는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변수는 있다. 바로 '전천후 병기'인 박지성의 존재다.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구상에 따라 위치를 가리지 않고 제 몫을 해내는 박지성은 대표팀의 주전 경쟁을 흔들 수 있다. 한일전에서 박지성은 본업인 왼쪽 미드필더보다 중앙과 오른쪽에서 활약했다.
반면 기성용은 왼쪽으로 이동해 새로운 역할을 시험받았다. 왼쪽에서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김보경이다. 여기에 4-5-1 포메이션을 가동할 경우 김남일까지 주전 경쟁에 나설 수 있다.
▲ 조용형의 붙박이 시대는 끝났나?
수비에서도 큰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허정무 감독이 굳은 신뢰를 드러내던 조용형 외에도 이정수와 곽태휘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 허정무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A매치 39경기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이정수와 곽태휘는 감각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수비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이들이 번갈아 부상을 당하면서 두 사람의 호흡을 시험하지 못했던 허정무 감독은 남은 평가전에서도 최대한 이들의 가능성을 시험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조용형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이정수와 곽태휘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른쪽 풀백에서는 차두리가 오범석에 비해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차두리와 오범석은 기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피지컬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그리스와 첫 대결을 치르는 허정무호에서 이 차이는 중요하다.
▲ 정성룡의 거센 도전
이운재의 아성이라고 할 수 있었던 골키퍼 포지션에서는 정성룡이 확실한 2인자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K리그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이면서 비난을 받았던 이운재가 에콰드로전과 한일전에서 결장한 사이 정성룡이 2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것. 여전히 수비수들과 호흡 문제 등에서 실수가 보이지만 제 몫은 충분히 해냈다.
허정무 감독도 "선의의 경쟁은 선후배 관계를 떠나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면서 정성룡의 부상을 반기는 모습이다.
물론 정성룡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운재의 위치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허정무 감독은 정성룡에 대해 '백업 멤버'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성룡이 현재 활약을 이어간다면 이운재라고 주전을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을 2주여 앞둔 시점에서 주전 경쟁이 새로운 구도로 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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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이타마=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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