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가 아프기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무분별한 아마추어 유망주 스카우트에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 똑같았다. 아니 한 발 더 나아가 강력한 ‘한일공조’는 물론 역시 비슷한 처지인 대만까지 끌어들여 대처하자는 방안을 먼저 제기했다.
최근 방한했던 일본프로야구기구(NPB) 관계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도 미국의 아마추어 스카우트로 고민이 많다. 이참에 한국과 대만, 그리고 일본이 공조해서 미국 메이저리그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메이저리그의 아마추어 스카우트 공습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KBO로서는 ‘불감청고소원’이었다. KBO는 올해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심지어 고교 2학년생 4명까지 포함해 무려 42명의 신분조회가 들어오는 등 갈수록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 공세가 강해져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일본에 공조 요쳥을 해야 할 처지였는데 일본에서 오히려 먼저 제의를 해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프로구단들은 유망주들의 잇단 해외진출을 막기 위해 신인 1차 지명 부활, 해외진출 자격연한 단축 추진, 일본과 공조를 통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보이콧 등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일본의 제의는 KBO와 국내 구단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특히 미국 메이저리그가 2006년부터 심혈을 기울이며 야구의 세계화와 수익 사업을 벌이고 있는 WBC는 한국과 일본에게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WBC 대회 창설에 주축으로 참여했던 한국과 일본은 1회와 2회 대회에서 국가 성적은 물론 수익면에서 핵심국임이 증명이 됐다.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WBC를 활용, 미국 메이저리그를 압박할만한 카드임에 충분하고 설득력이 있다. 여기에 대만까지 합세하면 미국으로서도 아시아 지역 아마추어 유망주 스카우트에 합리적인 규약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협정서가 체결돼 있지만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미국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는 상태이다. 지난 해 유영구 KBO 총재가 버드 셀릭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에게 협정 개정을 요구했으나 메이저리그측은 완곡하게 거부의 뜻을 표시했다.
한일 프로야구 챔피언십 개최 등 어느 때보다도 공고한 한일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기구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맞설 대책을 강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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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WBC 아시아 지역 예선에 참가한 한국과 일본 국가대표팀. 양국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아마 유망주 스카우트 공세에 맞서 공동으로 WBC 보이콧 등 대책을 강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