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한일전 최대 성과는 유연한 전술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5.25 08: 47

"전형의 변화는 상대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부분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허정무 감독이 지난 24일 한일전(2-0) 완승을 거둔 뒤 꺼낸 이야기다. 12년 만의 진검승부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 나온 자신감은 아니다. 철저한 전술 훈련에서 나온 믿음이다.
▲ 한일전, 자유로운 전술의 퍼레이드

실제로 한일전에서 허정무 감독은 두 차례 전술 변화로 일본을 농락했다.
첫 시작은 역시 평소처럼 4-4-2 시스템이었다. 이근호와 염기훈의 투톱을 앞세운 허정무호는 상대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여기서 키포인트는 포지션을 무너뜨린 움직임이었다.
특히 박지성은 왼쪽 미드필더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중앙과 오른쪽까지 활발히 움직이면서 전반 5분 선제골을 뽑아냈다. 특유의 활동량을 앞세운 압박은 기본이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선수들도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후반 들어서는 변화를 선보였다. 염기훈과 이근호를 빼고 박주영과 김남일을 투입하면서 4-5-1 시스템으로 변화를 준 것. 일본이 장기인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거센 반격에 나서자 중원을 봉쇄했다. 김정우와 김남일이 버티는 중원은 일본의 노림수를 막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득점이 필요했던 허정무 감독은 후반 31분 다시 4-4-2 시스템으로 복귀했다. 김보경과 이승렬을 기용해 공격의 날을 세운 것이었다. 김보경은 놀라운 돌파 능력으로 일본의 수비를 흔들었고 이승렬은 박주영과 찰떡궁합의 호흡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결과는 후반 45분 박주영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이어졌다. 허정무 감독이 승리를 확신하는 순간이었다.
▲ 유연한 전술 구사의 의미는?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이 유연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조련한 이유는 역시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상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B조에서 만나는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가 있다. 그리스가 수비에 이은 역습을 강조하는 팀이라면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는 활발한 공격이 주무기다.
당연히 이들을 상대하는 전술로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허정무 감독은 맞춤 전술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전에는 4-4-2 시스템,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에는 4-5-1 시스템이다. 한일전의 전술 변화는 그동안 대표팀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드러나는 무대였던 셈이다.
물론 허정무호의 전술 변화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4-5-1 시스템으로 변화를 주면서 수비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공격의 단순함은 극복해야하는 문제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날카롭지 못했던 부분도 보완할 부분이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한일전이 끝난 뒤 "전형의 변화는 상대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부분에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면서 유연한 전술 구사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주장' 박지성 또한 "우리의 준비는 끝났다"고 말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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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이타마=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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