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점 선발' 대한 다른 대처와 결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5.25 21: 33

선발 투수에게 비중을 둔 팀과 승리 계투에 조금 더 힘을 싣는 팀.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양 구단의 색깔이 그대로 나왔고 승패도 그와 함께 갈렸다. 경기 중 굵은 빗줄기까지 내렸던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25일 경기였다.
롯데는 25일 사직 두산전서 4-6으로 뒤지고 있던 1회말 1사 만루서 터진 박기혁의 주자일소 역전 결승 3타점 2루타에 힘입어 10-7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양 팀이 1회서 모두 타자일순 대량득점에 성공하며 보기 드물게 흘러갔다.
대처법은 양 팀이 달랐다. 1회초 롯데는 선발 장원준이 2사 후 김동주의 타구 때 이대호가 달려드는 수비를 보여주지 못하는 바람에 내야안타를 내준 뒤 급격히 흔들리며 6실점했으나 그대로 믿고 경기를 맡겼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장원준을 다독이기는 했으나 다른 투수에게 바통을 넘기지 않고 5회까지 던지게 했다.

반면 두산은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는 데 그친 선발 홍상삼이 강민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자 바로 조승수로 교체했다. 결정적인 순간 볼을 남발한 선발 투수에게 자비심을 허용하지 않는 것. 어찌보면 후자 두산 쪽이 더욱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확실히 채비를 갖추지 못한 조승수는 박종윤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박기혁에게 결승타까지 내주며 완전히 무너졌다. 결승점 주자 박종윤을 홈으로 불러들인 조승수는 결국 홍상삼을 대신해 패전투수의 멍에까지 뒤집어 썼다.
어려운 상황을 타선이 뒤집어준 덕분에 장원준은 2회부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타는 내줬으나 홈으로 인도하지 않는 편안한 투구를 보였으며 덕분에 5이닝 12피안타 6실점으로 시즌 5승(3패, 25일 현재)째를 따냈다. 적어도 경기 초반부터 계투에게 맡기는 소모전으로 흘러가지는 않은 것.
선발 투수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한 기회를 주는 로이스터 감독의 선택이 이날 경기서는 맞아 떨어졌다. 비로 인해 투수들이 많은 휴식을 취했다는 이유까지 들어 롯데는 6회부터 배장호-강영식-임경완을 투입해 앞으로의 가능성까지 타진했다.
반면 두산은 선발 홍상삼이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조승수에 성영훈, 김승회까지 마운드에 투입했다. 이들은 비록 승리조는 아니지만 정재훈-고창성-이용찬 승리 계투진의 과부하 시 자리를 메울 가장 유력한 후보군.
2군에도 가능성이 많은 투수들은 있다. 임의탈퇴를 거쳐 다시 야구공을 잡은 우완 서동환이나 신인 잠수함 이재학, 신인 좌완 정대현 등도 있으나 현재 1군에서 어느정도 활약해 줄 카드를 찾기 힘든 것이 두산의 현실이다.
2군에서 실전 투구를 재개했으나 팔꿈치 통증 재발로 다시 재활의 길에 들어선 이재우. 그리고 지난 3월 무릎 타박상을 입은 후 2달이 지나 갑작스럽게 발견한 골다공증으로 인해 부상 정도가 심해져 수술을 받은 김상현의 공백을 생각하면 이날 계투 조기 투입은 더없이 아쉬웠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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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장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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