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느린 수비...'양박 쌍용의 '밥'
OSEN 황민국 기자
발행 2010.05.26 05: 45

[OSEN =황민국 기자] '한일전 완승 그리고 그리스의 예상치 못한 부진까지'.
허정무 감독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을 통해 오스트리아로 급히 출국했다. 바로 26일 새벽 오스트리아 알타흐 카시포인트 아레나에서 열린 그리스와 북한의 평가전을 관전하기 위해서였다. 한일전 승리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었다.
그리고 그 노력은 곧 2010 남아공 월드컵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이 직접 관전한 경기에서 그리스전 해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장점으로 알려졌던 수비가 예상보다 허술했을 뿐만 아니라 느린 스피드로 북한의 스트라이커 세에게 번번이 무너지면서 한 수 아래인 북한에 2-2로 비기고 말았다.

▲ 느린 수비...양박쌍용의 밥
그리스의 약점은 '속도'에 있었다. 느릿느릿한 수비의 속도가 문제였다. 그리스는 북한과 평가전 내내 정대세의 움직임에 휘둘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후반 7분 정대세에게 내준 두 번째 골은 그리스가 가진 한계를 짐작케 했다. 정대세는 역습 상황에서 빠른 움직임을 살린 드리블로 수비수를 제친 뒤 호쾌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2-2 무승부를 만들었다.
이날 그리스와 북한의 평가전을 중계했던 KBS의 한준희 해설위원은 "그리스가 본선에서는 현 시점보다 강해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리스가 할 만한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그리스는 스피드로 공격수를 제압할 선수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대표팀에는 '양박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이 있다. 모두 빠른 선수들이다. 박주영은 그리스도 알고 경계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박주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박주영이 그리스의 수비를 끌어내면 그 뒤 공간을 이청용이 빠르게 들어가고 박지성이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리스 수비는 이청용을 막을 수 없다. 일본전에서 박지성이 터트린 선제골 같은 상황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 그리스의 한정된 공격..."역습에 취약해"
그리스의 한정된 공격 루트도 약점으로 드러났다. 그리스가 북한을 상대로 보여준 공격 형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으로 빠지면서 올리는 크로스, 갑작스러운 중거리 슈팅, 세트 플레이였다. 여기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은 세트 플레이였다. 유로 2004에서 우승을 거둔 원동력이 단단한 수비에 이은 역습 그리고 세트 플레이였던 그리스다웠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허정무 감독이 경계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북한과 평가전에서 보여준 그리스의 공격은 기대 이하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할 때 롱패스 외에는 마땅한 공격 루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압박에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일전에서 허정무호가 보여준 압박 수준이라면 충분히 승산은 있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분명히 그리스의 세트 플레이는 무섭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리스의 공격이 느린 것이 문제다. 미드필드에서 느릿하게 시작되는 공격을 한 번에 끊으면 오히려 우리의 역습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날 그리스는 홍영조, 박남철, 문인국, 정대세의 세밀한 역습에 반칙으로 대항했지만 월드컵에서는 레드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 북한의 선수들보다 양박쌍용이 한 수 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첫 승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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