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외국인투수 아킬리노 로페즈(35)가 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로페즈는 지난 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시즌 14승을 따내며 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여기에 단 한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200이닝에 가까운 이닝이터로 팀 마운드 안정에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 포함 2승을 따내 MVP급 활약을 했다.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아니었다면 MVP는 그의 차지였다.
두둑한 인센티브와 우승보너스를 안고 고향인 도미니카로 돌아갔다. 때문에 2010년 로페즈의 활약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조범현 감독은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주었다. 던지면 7이닝 이상 책임지는 에이스로 15승 이상을 따낼 것으로 기대했고 일찌감치 두산과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내정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현실은 냉정했다.

소방수로 나선 1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8경기 선발투수로 등판해 1승4패, 방어율 4.79를 기록했다. 4월3일 LG전 승리 이후 50일 넘게 승수사냥에 실패했다. 56⅓이닝동안 64개의 안타와 7개의 홈런을 맞았다. 사사구는 14개를 내주었다. 1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작년과 같은 1.32. 문제는 홈런수이다. 작년은 190⅓이닝을 던지며 6개 밖에 맞지 않았는데 올해는 벌써 7개나 내주고 있다.
올해들어 타선지원과 수비지원을 받지 못해 날린 승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구위가 작년만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점은 타 구단 코치들에 따르면 로페즈를 상대해본 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구위가 작년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제구력은 살아있지만 직구의 스피드와 볼끝의 힘, 변화구의 각도가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다.
징후는 있었다. 로페즈는 야구를 한 이후 단 한번도 어깨와 팔꿈치가 아픈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들어 어깨통증을 호소한 적이 있다. 작년 190이닝을 던진데다 고향인 도미니카로 돌아가서도 윈터리그에서 볼을 던졌다. 많은 피칭은 아니라고 하지만 부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올들어 자꾸 경기가 풀리지 않자 힘으로만 볼을 던지다 어깨에 묵직함을 느낀 것이다.
여기에 마운드에서 쉽게 흥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다. 24일 LG경기에서 조인성과 신경전을 벌이며 흥분했다. 수비수들이 실수하자 덕아웃에 들어가 소동을 일으키는 장면이 고스란히 TV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풀리지 않는 경기, 쉽게 흥분한 모습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로페즈가 지독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