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예능들이 부진한 시청률 성적표를 받고 기운이 빠졌다. KBS 2TV 토크쇼 '승승장구', 출산장려 버라이어티 '해피버스데이', 야행 버라이어티 '야행성' 등이다.
'승승장구'는 폭로전으로 치닫는 선정적 토크들이 난무하는 방송가에서 홀로 뚝심 있게 서 있다. 유명 스타만을 게스트로 초대해 요행을 바라거나 무차별적인 이니셜 토크, 폭로성 토크로 꼼수를 부리지도 않는다. 톱스타도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연예인도 '승승장구'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김승우 등 MC들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스타들은 진솔하고 인간적인 면모들을 자연스럽게 꺼내 놓는다. 시청자들은 아이돌일색이거나 가십거리 위주인 토크쇼와 차별화됐다는 점을 '승승장구'의 큰 매력으로 꼽지만 시청률 성적은 한 자릿수다.
또 시청자가 직접 스타에게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거나 거리 한복판에서 스타와 미션을 수행하는 등 시청자 참여적인 성향도 강하다. 이는 '승승장구'를 호평 받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지만 시청률을 기대 이하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봄 개편에 따라 새롭게 선보인 '해피버스데이'와 '야행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로그램 홈페이지나 기사 댓글 등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청률 성적은 초라하다.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이른바 '착한 예능'이 정작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야심찬 의도로 출발한 '해피버스데이'는 이경규 이수근 김지호 김성은 등 막강한 MC 군단에 매회 특별한 게스트들이 함께 한다. 입담이나 볼거리가 무척 풍부하단 얘기다. 또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은 일반인들의 사연, 신생아가 태어난 순간, 부모들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고통과 환희의 시간들을 화면에 담았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시청자들은 '기획 의도가 좋은 프로그램',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며 호평하고 있지만 월요일 심야 시간대란 편성 상의 문제 때문인지, 동시간대 터줏대감으로 군림하고 있는 MBC '놀러와'에 눌린 탓인지 시청률 성적은 영 아쉽다. 첫 회부터 3회째까지 연이어 시청률이 하락중이다.
'야행성'도 5%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아직 2회 밖에 전파를 타지 않았기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프로그램의 스케일이나 화려한 출연진, 기획 의도에 비해 턱없이 아쉬운 성적이다. 신동엽 윤종신 온유(샤이니) 길 장항준 감독 까지 화려한 MC 군단이 특수 세트 차를 타고 도심을 누비며 일반 시민들을 만나고 선행을 한다는 의도가 흐뭇하다. MC들의 입담도 상당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야근을 하는 엄마를 위해 야식을 배달하고 싶은 아들의 사연처럼 감동도 공존하는 '착한 예능'이다.
이렇듯 의도도 좋고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착한 예능'들이 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다. 단순한 말장난이나 게임, 아이돌 댄스 배틀로 연명하는 일부 예능 프로그램들이 더 높은 시청률을 올리는 가운데, 착한 예능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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