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깨비 월드컵 특수…남아공 패키지 판매실적 ‘0’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5.26 13: 16

비싼 가격·불안한 치안 판매부진 가중
남아공에서 북상한 ‘월드컵 특수 전선’이 이례적으로 북서계절풍 못지않은 찬바람만 떨구고 지나갈 전망이다.
지난 2월 2010 남아공월드컵 공식 파트너사인 아랍에미레이트항공(EK)은 월드컵 패키지 상품을 출시하고 롯데관광, 롯데JTB,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하나투어 등 국내 여행사 5곳을 통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 상품은 항공과 숙박, 현지 교통수단 등 경기 관람 및 여행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기업 및 단체, 일반 소비자 수요의 상당 부분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을 20일 남겨둔 지난 19일까지 5개 여행사 모두 일반인 대상 패키지는 단 한건도 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예약이 전무하다. 문의는 많았지만 실제 예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나머지 4개 여행사의 판매실적도 0점이다. 모두투어는 모객이 없자 2주 전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노출했던 월드컵 패키지 대신 다른 상품을 내걸었고, 롯데관광은 아예 홈페이지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JTB의 경우 이벤트 경품용으로 진행하는 상품은 소량 있지만 일반 여행객에게 팔린 패키지는 전혀 없다.
아랍에미레이트항공 지정 판매사 외 다른 여행사의 상황도 마찬가지.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현재 6월10일 출발 상품이 가예약 상태에 있지만 완료된 건은 없다”고 밝혔다. 내일여행 관계자도 “문의는 있었지만 실제 판매로 연결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만 해도 여행업계에 훈풍을 몰고 오던 ‘월드컵 특수 전선’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냉랭하게 빗겨가는 원인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비싼 가격’을 첫손에 꼽았다.
그리스와의 예선 1차전을 관람하는 8박9일 패키지는 최하 732만원에서 시작한다. 예선 한두 경기를 더 관람하면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처럼 고가의 상품이 구성된 이유는 현지 숙박비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뛰었기 때문. 경기 개최도시의 호텔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FIFA 회장의 최측근이 경기 개최도시의 호텔 블록을 독점하고 있어 숙박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숙박 및 항공 수배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격은 비싼데 반해 질은 일반 관광 상품보다 떨어지는데다 예약 후 3일 안에 완납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까지 붙어 판매 부진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직언했다. 
또 현지 치안 환경도 큰 걸림돌이다. 남아공은 치안이 불안하기로 워낙 악명 높은 지역으로 대회 유치 시점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독일월드컵의 경우 현지 인프라도 훌륭하고 거리에서 잠을 자도 괜찮다는 소문이 날만큼 치안이 안정적이어서 젊은 여행객들이 많이 찾았지만 남아공은 현지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데다 치안까지 불안해 모객이 어렵다”고 말했다.
여행미디어 주성희 기자 www.tou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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