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늦은 시간이었다. 25일 밤 10시 30분 잠실 야구장 내 LG 트윈스 실내 연습장에서는 10초 간격으로 '탕!탕'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5일 잠실 KIA전에서 21일만에 홈런을 날린 '오백호' 오지환(20)과 서용빈 타격 코치가 '특타' 훈련 중이었다. 경기 후 많이 피곤할 법도 했지만 오지환은 서용빈 코치와 '일구일구'에 집중해 힘껏 공을 쳤다. 간간이 두 사람은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서용빈 코치가 "지환아, 오늘 로페즈 공이 어땠어"라고 묻자 "이상하게 제 눈에 잘 보이더라고요. 슬라이더 홈런 칠 때 꺾이는 것이 보였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20개 정도 스윙을 한 뒤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밤 11시가 조금 넘도록 훈련을 지속했다.

오지환은 26일 경기 전 피곤한 기색은 온데간데 없고 밝은 웃음만 지으며 배팅 케이지 안에 들어가 힘껏 공을 받아 쳤다. 연습 타격이었지만 배팅볼 투수가 던져준 공 10개 중에서 3개는 우측 펜스를 넘겼다. 타격감이 매우 좋아 보였다.
서용빈 코치 역시 "(오)지환이가 다시 타격감이 올라 왔다"며 "성실하고 손목 힘이 워낙 좋아 홈런도 잘 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환이가 시즌 초 3할정도까지 쳤으나 100타석 이하에서는 타율이 별다른 의미가 없다"며 "아직은 신인인 만큼 여러 투수들을 상대하면서 적응하고 배워 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지환은 4월 17일 KIA전까지 맹타를 몰아치며 타율 3할을 넘겼다. 개막전부터 멀티히트를 5경기, 3안타 이상을 3경기나 기록했다. 수비가 안정되면서 타격에서 오름세도 계속 지속될 것 같았던 오지환은 이후 1안타 또는 무안타를 거듭하다 시즌 타율이 2할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신인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성장통'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오지환은 지난 주말 잠실 두산전에서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타격 컨디션이 조금씩 올라오는 듯 보였다. 그리고 25일부터 격돌한 KIA와 경기에서 이틀 연속 맹타를 날렸다. 25일에는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26일에는 홈런 한 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6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26일 KIA전 1회말 1사 1,2루에서 상대 '에이스' 윤석민으로부터 풀카운트에서 6구째 가운데 낮게 깔려 몸쪽으로 꺾여 들어오던 138km 슬라이더를 손목으로 감아 올려 우측 펜스를 훌쩍 넘기는 3점포를 날렸다. 데뷔 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이자 시즌 5호 홈런이었다.
올 시즌 5개의 홈런 가운데 오지환은 3점 홈런만 4개를 날렸다. '3점포 사나이'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3점홈런이란 것은 찬스 상황에서 타점을 연결할 수 있는 클러치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6일 경기 후 오지환은 "홈런은 서용빈 코치님과 타석에 들어 섰을 때 노림수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도움 됐다"며 전날 늦게까지 자신을 위해서 배팅볼을 던져준 이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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