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KIA는 작년 주전타자 가운데 3명이 빠졌다. 해결사 김상현, 한국시리즈 MVP 나지완, 주전포수 김상훈까지 1군에 없다. 부상과 부진으로 자리를 비웠다. 당연히 주전 3명이 빠진 팀에게는 위기. 조범현 감독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의 장이다. 어렵게 잡은 1군, 또는 주전의 기회를 잡고 혼신의 야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벤치의 남자 박기남. 만년 백업 내야수였으나 이제 주전 3루수라고 불리울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3할2푼6리, 3홈런, 21타점. 팀내에서 최희섭의 뒤를 잇는 대단한 활약도이다. 타고난 성실성과 안정된 수비, 타석에서의 승부근성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김상현이 돌아오면 조범현 감독이 머리 아플 것으로 보인다.

주전포수 김상훈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 차일목도 남다른 활약을 하고 있다. 안방살림 뿐만 아니라 방망이 기여도는 더욱 높다. 최근 10경기에서는 26타수 12안타를 날렸다. 2개의 홈런이 끼여있고 7타점을 기록했다. 27일 잠실 LG전에서는 솔로홈런 포함 2안타 3타점을 올렸다.
2군에서 올라온 외야수 이영수도 최근 물만난 고기가 됐다. LG와의 잠실 3연전에서 모두 안타를 터트렸다. 1홈런 포함 10타수 4안타와 4타점을 기록했다. 4안타 가운데 홈런1개, 2루타 2개 등 장타가 3개이다. 타고난 파워를 바탕으로 화끈한 장타를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김선빈도 주전유격수 이현곤의 부진과 함께 많은 출전기회를 얻고 있다. 수비와 날카로운 타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고 있다. 타율 2할9푼8리, 8득점, 5도루로 제몫을 한다. 나지완과 맞교대로 1군에 올라온 최용규도 악착같은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KIA는 선수층이 그다지 두텁지 않은 팀이다. 강팀의 조건 가운데 하나는 SK와 두산처럼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장기레이스에서 반드시 있을 수 밖에 없는 주전들의 부상공백을 얼마나 잘 메워주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천양지차이다.
이런 점에서 KIA는 요즘 백업선수들의 힘으로 굴러간다고 할 수 있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들의 악착같은 플레이가 팀의 주동력원이다. 5월들어 5할 승률을 오르내릴 정도의 이들의 힘은 좋았다. 기회의 문을 열고 있는 이들에게 팬들이 커다란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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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군에서 올라와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영수(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