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일일연속극 '바람불어 좋은날'(이하 바람불어)의 시청률이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약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청률은 20% 문턱을 턱걸이 하는 수준이다. 첫 회에서 22.0%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지만 지난 27일 방송분은 21.7%를 기록했다.(전국, AGB닐슨 기준)
4개월 간 10%후반 대에서 20% 문턱을 넘나든 시청률 성적은 전작인 '다함께 차차차'에 비해서도 너무나 떨어지는 수준이다. '바람불어'가 지지부진하는 동안 오히려 MBC 전작 '살맛납니다'가 급속하게 치고 올라오는 바람에 한때는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일일극 명가 KBS의 자존심이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렇듯 부진한 이유는 뭘까.
물론 시청률 20%선이 나쁜 성적은 아니다. 하지만 평일 저녁, 가족들이 모여 있는 황금 시간대 1위를 달리는 일일극 시청률은 30%를 넘는 일이 많았다. 40%에 육박하는 '대박'을 내는 경우도 꽤 있었다. KBS는 대박 일일극을 배출하기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바람불어'는 다르다. 아직 종영까지 긴 기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현 페이스대로라면 가파른 상승세를 예측하기 어렵다. 극 자체가 산만하고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불어'는 대한(진이한 분)-민국(이현진 분)-만세(서효림 분) 세 남매가 살고 있는 한 가족이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결혼에 골인한 대한과 오복(김소은 분) 커플 외에도 민국은 고등학교 때 은사인 김미숙과 연상연하 커플을 꿈꾸고 있고, 만세는 상준(강지섭 분)과 결혼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이혼하고 갈등에 빠져 있다.
애초 시놉시스 상에 주인공은 오복이다. 시골에서 상경한 20살 똑순이가 인생을 개척하고 한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된 스토리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바람불어' 속 오복이의 위치와 비중은 당초의 기획 의도와 차이가 많다. 삼남매의 에피소드가 산만하게 펼쳐지다보니 이제는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 구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너무 많은 스토리를 안고 가다보니 산만하고 개연성 없는 전개가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주인공 오복이의 비중이 흔들리면서 극 전체가 산만하다고 지적한다. 극 초반, 오복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던 이야기는 어느새 그물처럼 엉켜있다. 삼남매 커플 외에도 출생의 비밀과 은사와 제자의 사랑이라는 코드들이 삽입되면서 억지스러움도 묻어난다. '바람불어'가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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