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G 째 무선발승' 두산의 '잠재 위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5.28 10: 47

최근 9경기 동안 선발승이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그 중 선발패는 두 번에 불과하다는 점이 흥미롭다. 두산 베어스의 최근 행보에는 타선 위력에 비해 투수진의 연쇄 부진이 이어져 선수단에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27일 사직 롯데전(10-6승)까지 최근 9경기서 3승 6패를 기록한 두산. 그나마 건진 3승 중에도 선발투수가 챙긴 승리는 없다. 지난 15일 문학 SK전에서 레스 왈론드가 5이닝 2실점으로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따낸 이후 선발투수가 이긴 적은 없다.
지난 16일 SK전서 선발 김선우가 김광현을 상대로 6⅔이닝 동안 강판 시까지 2점만을 내주는 호투를 펼쳤으나 계투로 승부수를 띄운 켈빈 히메네스가 김재현에게 역전 스리런을 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두산 선발투수 중 승리와 함께 히어로로 떠오른 경우는 없다.

그렇다고 선발투수들이 패전을 줄줄이 기록한 것은 아니다. 지난 21일 잠실 LG전서 8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좌완 이현승과 26일 사직 롯데전서 5개의 홈런을 내주며 2이닝 6실점한 임태훈만이 선발패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패전투수는 거의 계투요원들이다. 무득점으로 타선 지원이 없던 이현승의 패배를 제외하면 타선을 기반으로 만회점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따라잡는 뚝심을 보였으나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결과로 이어졌던 것.
9경기 동안의 경기 당 평균 득점은 5.44점. 여타 7개 구단의 경기 당 평균 득점이 5.09점임을 감안하면 타선 지원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기 당 평균 실점이 6.00에 달했고 5점 차 이상의 대패는 2번에 불과했다. 결국 화살은 타선이 아닌 투수진으로 돌아간다.
최근 계투진의 페이스가 좋은 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홀드 1위(12홀드, 27일 현재)로 불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정재훈은 19일 한화전과 22일 LG전서 연속 실점을 저지르기도 했다. 23일 LG전서 승리를 따내기는 했으나 왈론드의 승리를 날려보내고 얻은 것이었으며 몸상태가 시즌 초만큼 좋은 편이 아니다.
마무리 이용찬도 최근 3경기서 평균 자책점 12.27로 페이스가 흔들리고 있다. 구위는 여전하지만 스스로도 경계했던 몸이 기울어져 제구가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고민이 크다. 잠수함 고창성이 최근 3경기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만이 유일한 희망요소.
때문에 최근 9경기 중 4경기에 예비 선발 후보로 계투 역할을 하던 2년차 조승수가 등판해 5⅓이닝 7실점(평균 자책점 11.81)을 기록한 채 27일 2군으로 떨어지며 '강진 유배(퓨쳐스 강진 인터리그)'를 당했다. 김경문 감독은 조승수의 2군행에 대해 "체력이 고갈된 느낌이 짙어 2군으로 내려보냈다"라고 밝혔다. 경험 부족도 이유지만 승리 계투를 투입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승수가 자주 마운드에 올랐다는 한 단면이다.
선발 투수가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는 데에도 주목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타선 지원과 달리 전체적인 투수진의 불균형이 극심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했으나 투수진 붕괴로 인해 7위에 그쳤던 LG의 전례는 두산에도 또 하나의 반면교사다.
28일 삼성전 선발로 두산은 '써니' 김선우를 예고한 상태. 국내 투수진 맏형인 김선우가 '9경기 째 무선발승' 굴욕 릴레이를 끝낼 수 있을 지, 아니면 10경기 째 무선발승 굴욕 속에 30일 1군에 복귀할 히메네스의 호투를 기대하는 신세가 될 것인지 여부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