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광현(22)이 사흘만에 돌아왔다.
김광현은 28일 밤 2군 퓨처스 인터리그가 열리고 있는 전남 강진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출발, 자정을 훨씬 넘긴 새벽에서야 인천에 도착했다.
지난 26일 1군 엔트리에서는 제외되지 않았지만 2군 선수단에 머물며 '야구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라'는 김성근 감독의 문책성 강등을 받아든지 사흘만이다. 당시 김 감독은 "4월에 스타트가 좋아 야구를 너무 쉽게 생각했다"면서 "왜 맞았는지 생각해보라"는 따끔한 충고를 김광현에게 던졌다.

김광현의 최근 부진이 피지컬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판단인 만큼 예상대로 다시 복귀하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 만큼 특별한 구위 점검 없이 선발 날짜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5월 30일 롯데 장원준이냐
우선 김광현이 등판 가능한 날은 30일 문학 롯데전이다. 25일 대구 삼성전에 나왔던 김광현인 만큼 로테이션 일정이 맞아 떨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투수를 대신 선발로 내야 한다. '큰' 이승호, 엄정욱, 고효준 등과 2군 옵션이 있지만 선택폭이 그리 큰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28일 롯데전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다잡은 경기를 내줬다. 롯데전 11연승이 끊어진 것보다는 최근 4연패에 대한 심각성 때문에라도 30일 김광현 선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광현은 올 시즌 롯데와의 2경기에서 극과 극을 달렸다. 지난달 24일 문학경기에서 롯데 선발 조정훈과의 선발 완투 맞대결에서 팀의 2-1 승리를 이끌며 자신은 완투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3⅓이닝 동안 11피안타를 허용하고 8실점한 채 마운드를 내려서야 했다.
김 감독으로서는 김광현에게 문학구장에서의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성공한다면 김광현이 최근 부진을 털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롯데의 30일 선발은 좌완 장원준이다. 이는 로이스터 감독이 이미 28일 경기에 앞서 밝힌 사항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김광현과 장원준과의 좌완 대결 카드가 성사된다. 김광현과 장원준은 2007년 10월 3일 사직구장에서 한 차례 맞대결한 적이 있다. 당시 1-1로 맞선 5회 정경배의 솔로포, 7회 박재홍의 솔로포로 3-1로 승리, 김광현이 승리투수가 됐다.
▲6월 1일 한화 류현진이냐
아니면 내달 1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한화전에 김광현을 낼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지난 23일 대전구장에서 성사될 뻔했다가 비 때문에 접어야 했던 김광현-류현진 맞대결 카드가 또 한 번 이뤄지는 셈이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이미 류현진의 다음 등판일을 1일이라고 밝힌 상태다. 지난 27일 대전 넥센전을 앞둔 한 감독은 류현진이 25일 등판 때 130개 가까이 공을 던져 일요일 등판에 무리가 있다며 "김성근 감독님이 결정하시라고 미리 통보했다"고 여유를 보였다.
이에 김 감독은 28일 롯데전에 앞서 "한 감독이 자꾸 나를 건드린다"면서 웃고 넘겼지만 분명 고민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상태에서는 둘의 맞대결 성사는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다. 류현진의 컨디션은 누가 보더라도 최고 지점에 달해 있고 김광현은 최근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불리할 수 밖에 없다. 1경기라고는 하지만 흐름을 중요시하는 김 감독의 성향상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다만 언젠가는 성사될 수 밖에 없는 류현진과 김광현이라는 매력적인 '괴물 에이스' 카드라는 점이 김 감독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3일 우천취소된 대전경기에 앞서 "둘이 문학에서 붙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때 로테이션이 되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이왕이면 관중이 많이 들어오는 문학구장에서 붙이고 싶다"는 뜻을 몇차례 내놓았다.
그보다 분명한 것은 김광현이 30일 등판이냐, 내달 1일 등판이냐에 따라 그 다음 로테이션에 맞붙을 팀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감독은 김광현의 등판 일정에 대한 고민을 이미 끝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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