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는 결국 심판들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김성근(68) SK 와이번스 감독이 다시 한 번 앞장 서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미 시즌에 앞서 양쪽 공 반 개씩 넓힌다는 새로운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반 개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혁명에 가깝다"고 우려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심판의 판정과 관련돼 심각성을 넘어 우려의 목소리까지 담아냈다.
김 감독은 2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연패한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복기했다. 특히 3연전 마지막 경기였던 27일 경기 5-5로 맞서던 7회말 2사 2루 상태를 예를 들었다.
마운드에는 SK 정우람 대신 사이드암 김선규가 나왔고 타석에는 삼성 강봉규 대신 양준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내가 너무 이길려고 덤볐다"고 입을 연 김 감독은 볼카운트 0-1에서 던진 볼에 대해 "만약 그 공이 스트라이크로 판정돼 1-1만 됐어도 달라졌을 것이다. 그 공이 볼로 판정받는 바람에 김선규가 선뜻 공을 던지지 못했고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면서 "그랬다면 최형우까지 연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판에게는 공 1개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공 1개가 가져 올 후폭풍은 어마어마 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김광현은 잘못한 것 때문에 2군으로 내려보냈는데 심판은 그대로 있다"면서 잘못된 판정에 대한 조치는 전무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에 김 감독은 "앞으로 심판이 권위만 내세워서는 안된다"면서도 "이제는 각 팀 감독들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심판들도 인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며 덮고 넘어가기에는 심각한 수준이 돼 버렸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의 고시엔의 경우만 해도 경기 후에는 심판장이 심판들을 모아놓고 잘못한 것에 대해 야단을 친다. 판정 때문에 억울함을 없애기 위해서다"면서 "이제 TV를 틀면 매일 야구가 나오는 세상이다. 어느 채널에서나 똑같은 문제로 심판들과 부딪히고 있다. 이제는 팬들의 수준도 높아졌다. 잘못된 것은 바로 고쳐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일선에 나선 심판들 개개인들도 사실은 피해자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 감독은 "사실 밑에 심판들은 책임이 없을 수 있다. 위에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문제"라면서 "일선 심판들도 어려움 속에서 판정하고 있다. 모든 일을 즉흥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생각하고 그런 과정을 거쳐 결정이 돼야 하는 문제가 생각한 뒤 곧바로 결정을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어조를 높였다.
이런 피해는 결국에는 심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뜻이다.
김 감독은 "기준과 룰이 자꾸 바뀌고 무너지다 보니 승패를 떠나 위험수위가 됐다. 이제는 심판들이 신뢰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면서 "차라리 아래 위를 넓혔다면 논란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양옆을 넓힌 것은 자연히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의 말처럼 최근 현장 지도자를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늘 승패는 어떤 심판조가 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공공연할 정도다. "12초룰도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각 팀 포수들은 "스트라이크존이 원래대로 돌아간지 오래됐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끝으로 김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확실한 결정을 내려 심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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