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엔트리 선수한테 그렇게 많이 물어보지 마소".
28일 잠실 두산-삼성전을 앞두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1차 엔트리에 포함된 내야수 이원석과 이야기하던 도중 타격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한 선수는 이 이야기와 함께 장난스럽게 어깨싸움을 걸었다. 주인공은 최준석(27. 두산 베어스).
지난 27일 발표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1차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아쉬움을 대놓고 표현할 수 없었기에 슬쩍 뼈가 섞인 농담을 건넨 것이다. 올 시즌 그는 3할2푼9리 7홈런 30타점(28일 현재)의 호성적을 거두고 있으나 타점 1위(56개) 홍성흔(롯데)과 한화 주포 김태완에 밀려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게 되었다.

결국 그는 올 시즌 후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나의 커다란 꿈이 수포로 돌아간 뒤 맞는 두 번째 경기이던 28일 삼성전서 최준석은 5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해 2-2로 맞서던 5회 좌익수 방면 2타점 2루타로 팀의 4-2 승리에 공헌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좋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 우승"이라며 누누이 강조한 최준석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 지난해 3할2리 17홈런 94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마무리 훈련 기간서부터 체중 감량을 위해 지독한 훈련에 돌입했고 20kg 넘게 몸무게를 줄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보였으나 미야자키 전지훈련 초반 어깨 탈구 부상으로 인해 새해 초부터 장애물에 걸려 넘어졌기에 더욱 뼈아팠다.
최준석은 대놓고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표현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시범경기 막판 1군에 합류하면서 곧바로 1루수 자리에 서는 등 실력으로 어필해 대표팀에 승선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경문 감독이 올 시즌 최준석의 1루 기용책을 적극 활용했던 것 또한 그와 같은 맥락이었으나 결국 1차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채 2년 간의 1군 공백기를 보내야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데뷔 후 첫 억대 연봉(1억500만원)에 진입하는 등 상승 무드 속에 2010시즌을 맞았으나 입대를 앞두고 2010시즌을 보내게 된 최준석. 그러나 경기 후 그는 대표팀 엔트리 탈락에 대해 의연하게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제 경기를 다들 보신 분들께서 결정하는 일이니. 이제는 팀이 1위에 등극하는 데 더욱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팀에서 김현수-김동주와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하고 있는 엄연한 주포 최준석. 특히 그는 팀이 치른 최근 10경기에서 4개의 결승타를 때려내는 동시에 올 시즌 6번의 결승타로 이성열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에 위치했다. 최근 득점권에서 페이스(득점권 타율 3할1푼7리)가 좋았기에 1루 및 지명타자 보직에서 주목할 만한 후보였으나 조범현(KIA) 대표팀 감독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들은 최준석의 1루 수비가 다른 경쟁자에 비해 안정된 편이 아님을 들어 엔트리서 제외했다.
"4월에는 제 앞에 득점 찬스가 자주 펼쳐졌는데 잘 살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앞선 타자들이 높은 출루율을 자랑하는 만큼 다 해결하지는 못할 지라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득점권에서 4할 대 타격은 보여줘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다수의 미필 선수들이 바라는 병역 특례의 한 기회에서 최준석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바라던 2010시즌 목표인 팀 우승이 남아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인터뷰에 응한 최준석은 지난 마무리 훈련에서 각오를 이야기하던 때와 같이 비장한 눈빛을 보여주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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