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올해는 왜 이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5.29 08: 40

해마다 전세계 극장가를 초토화시키는 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위력이다. 펄벅의 명작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 마냥 어린이 관객의 코묻은 돈까지 싹싹 갉아먹는 이들은 특히 5월부터 한여름까지 기승을 부린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2010년 할리우드 발 대작들이 나오는 족족 더위 먹은 병아리마냥 픽픽 쓰러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고 미국 시장에서도 그렇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LA 타임스'는 29일자(한국시간) 신문에서 '4주일의 여름 특수를 앞두고 개봉한 대작 영화 3편이 실망을 안겼다'고 보도했다.
'LA 타임스'는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우가 다시 손을 잡은 '로빈 후드'와 제이크 질렌할 주연 '페르시아의 왕자' 그리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슈렉 포에버 애프터' 등을 실례로 꼽았다. 거액을 쏟아부은 대작들이지만 북미 시장 흥행 실적은 기대에 못미쳤거나 못미칠 것같다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지난해 '트랜스포머2'가 전작의 흥행을 뛰어넘는 관객몰이에 성공한 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외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시장의 상황은 어떨까.
지난 4월 29일 개봉한 '아이언맨 2'가 5월 셋째주 주말까지 430만명(이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을 동원해 전편의 성적을 넘어섰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의 평은 신통치 않았다. 1편 보다 재미가 덜하고 캐릭터들의 개성도 약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3일 막을 올린 '로빈 후드'도 힘을 못쓰기는 마찬가지. 블록버스터 체질인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단짝인 러셀 크로우를 만나 지금까지의 의적 로빈 후드와 다르게 거칠고 투박한 검투사 스타일 로빈 후드를 탄생시킨 결과, 관객 반응은 냉담하다. 5월 셋째주 박스 오피스 3위에 턱걸이하며 누적 관객 125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국내 개봉 때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슈렉' 시리즈의 3편은 아직 수입 전이라 어떤 성적을 거둘 지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 내 반응은 현지 언론들의 영화 리뷰들을 살펴봤을 때 썰렁한 분위기다. '페르시아의 왕자' 역시 거친 입소문을 달기 시작했다.
미국과 한국 시장을 동시에 석권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는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가 있다. 20일 석가탄신일 공휴일에 하루 앞서 문을 연 '드래곤 길들이기'는 미국 개봉당시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던 애니메이션 수작. 국내에서도 첫 주말 90만명을 동원하며 1위에 올랐지만 그 기세는 미국에 비해 약해 보인다.
6월에 막을 올릴 '섹스 앤 더 시티 2'도 TV 시리즈 때의 참신함과 파격은 사라진 지 오래고 나이 든 아줌마들의 주책(?)만 스크린에 가득하다. 하지만 자극은 줄어들고 유머가 늘었기 때문에 '섹스 앤 더 시티' 시즌 1부터 주인공 4인방을 지켜본 팬들이라면 충분히 호응할 수 있는 수준. 일정 수준 흥행은 가능해도 1편처럼 대박을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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