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당신이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
'가왕' 조용필이 잠실벌을 뒤흔들었다. 42년을 음악 팬들과 함께한 조용필이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사랑 콘서트 '조용필 콘서트 러브 인 러브'를 열었다.
이번 조용필의 공연은 "조용필, 당신이 가는 길은 역사가 된다"라는, 조용필의 한 팬클럽이 공연장 내부에 내건 플래카드 문구를 그대로 느끼게 하는 공연이었다.

공연장에 드러서자마자 가장 먼저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엄청난 관객의 규모였다. 올림픽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5만여의 관객의 물결이란 감동 그 자체였다. 게다가 아이돌 가수들이 총 출동하는 콘서트 현장이 아닌 오로지 이 한사람, 조용필의 음악을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한 팬들의 물결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감동과 감탄은 그대로 조용필에게로 옮겨갔다.
팬들의 뜨거운 환호 앞에 펼쳐진 무대는 앞으로 펼쳐질 2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의 황홀함을 예감케 했다. 공연장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규모의 무대와 객석 3층 높이까지 쌓아올린 스피커, 레일을 따라 공연장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무빙 스테이지'에 팬들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 오랜시간 변함없이 듣는 이들을 울려온 조용필의 목소리가 있었다.
조용필은 화려한 기타 연주 실력을 뽐내며 위대한 탄생과 함께 30여곡에 가까운 히트곡들을 열창했다. 그의 호소력 짙은 음색은 5만 관객을 하나로 묶었다. 5만여의 중장년 팬들은 "오빠!"를 외치며 조용필을 향해 환호를 보냈다. 환갑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열정적인 조용필이지만 그의 팬들 역시 나이를 잊은 모습이었다.

'태양의 눈''일성''해바라기''못찾겠다 꾀꼬리''물망초''사랑해요''바람의 노래''꿈''킬리만자로의 표범' 등을 부르며 쉴새 없이 환희의 무대를 이끈 조용필은 이번 공연의 백미인 무빙 스테이지로 팬들 곁으로 다가갔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끝난 후 레일을 따라 공연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두개로 이뤄진 무빙 스테이지는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팬들을 파고 들었다. 조용필의 아낌 없는 투자와 화려한 무대에 팬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멀리 3층에서 공연을 지캬봐야 하는 팬들과 자신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 대한 배려였다. 무빙 스테이지를 타고 조용필이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자 팬들의 얼굴은 화려한 무대 만큼이나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 무대 위에서 조용필은 '단발머리''그 겨울의 찻집''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열창했다.
자신들의 공연을 찾는 팬들은 보다 더 성의 있고 보다 더 공을 들인 공연을 볼 권리가 있다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 이후로도 '강원도 아리랑''모나리자''청춘시대' 같은 명곡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공연은 팬들의 박수에 앙코르 곡이 몇 곡 더 흐른 뒤에야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적재적소에 아낌없이 터지는 폭죽도 여름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축제를 맞은 듯한 낭만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느 누가 환갑이 넘도록 이토록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저렇게도 열정적인 모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조용필, 그는 팬들의 말 그대로 가는 길 그 발걸음 자체로 역사를 만드는 이 였다.
보는 내내 부러움과 감탄을 자아내는 그, 그는 공연 중 말 한마디에도 듣는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가왕' 조용필, 그의 음악이 언제까지나 계속 됐으면 좋겠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새롭고 설레고 무섭기도 했다. 음악한지 얼마 안 돼 그런 느낌을 받나 보다. 더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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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