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보면 좋은 투구가 아니다. 시즌 개막 전 계투로 훈련했고 그에 몸이 맞춰져 있었음을 감안, 경기 내내 그의 공을 지켜봐야 할 필요도 있다. 임태훈(22. 두산 베어스)이 선발투수로 꽤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2010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임태훈은 14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57(31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까지 3시즌 동안 통산 평균 자책점 2.93의 안정된 활약을 펼쳤던 계투였음을 감안하면 기록 상으로는 분명 아쉬운 모습. 선발로는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피홈런(9개)이 많다는 점을 제외하고 6점 대 평균자책점이 나올만한 성적은 아니다. 22⅔이닝 동안 임태훈이 내준 사사구는 9개에 그친다. 일단 스스로 무너지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 30일 잠실 삼성전에서 임태훈이 보여준 투구는 그의 선발로서 명암을 확실히 보여줬다. 임태훈은 이날 경기서 장원삼과 선발로 맞대결해 5⅔이닝 3피안타(2피홈런, 사사구 3개, 투구수 90개)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직구 외에도 슬라이더와 슬로커브, 포크볼을 두루 구사하며 삼성 타선의 히팅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데 집중했다.
탈삼진이 한 개도 없었다는 점은 투수 스스로가 비교적 경제적인 투구수를 비췄다는 한 단면이다. 30일 경기서 3~5회 범타만으로 연속 삼자범퇴를 이끈 임태훈은 선발 전향 이후 많은 투구수를 기록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자 노력한 투수다. 그동안 계투에 익숙했던 몸인 만큼 스스로 절충안을 찾아간 것.
그러나 주자 출루 시 결정적인 순간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1회 신명철의 3루타 이후에는 내야수들의 전진 수비 덕택에 위기를 넘겼으나 2회 진갑용(직구), 6회 채태인(슬라이더)에게 내준 잇단 투런은 마침 던진 공이 몰렸다는 데에 있다.
여러가지 구종을 던지고자 노력하지만 주자 출루 시 꺼내드는 결정구가 직구-슬라이더임은 타자들도 노리고 들어간다는 반증. 임태훈의 선발 도전 첫 시련이 되었던 20일 잠실 한화전(5이닝 4실점)서 최진행에게 내준 스리런도 슬라이더를 통타당한 것이다.
실제로 경기 후 채태인은 "직전 두 타석에서 모두 슬라이더에 일축당했다.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몸쪽 공은 버리더라도 바깥쪽 코스와 슬라이더는 노려친다는 계산으로 나섰고 마침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라며 비거리 130m짜리 중월 쐐기 투런의 이유를 밝혔다.
계투로 3시즌 동안 비교적 단순한 패턴의 투구를 펼쳤던 투수인만큼 타자들도 직구-슬라이더 패턴을 분석하고 나선다는 뜻. 주자 출루 시에는 보다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려는 임태훈의 계산은 이미 상대 타자들이 읽고 있다는 뜻이다.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는 순간. 반대로 생각하면 선수 본인이 허를 찌르는 투구 패턴의 변화에 고심하며 앞으로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지금까지 던진 공보다 앞으로 던질 공이 더 많은 '영건' 임태훈의 성장통은 언제쯤 끝이 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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