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증 고민 심각하지만 치료는 소극적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05.31 15: 46

“실은 오륙 년 전부터 안됐습니다. 아내뿐 아니라 어떤 여자와도 성을 나눌 수 없었어요. 직업여성의 서비스도 받아봤지만 그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공소 시효가 지난 죄를 고백하는 듯한 말투였다. 인혜는 팔을 뻗어 진웅의 손을 잡았다. <김형경,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김형경의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는 조루증으로 위축된 한 남성이 등장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루증으로 불거진 남성성에 대한 그의 열등감은 점점 커져만 갔고 결국 이혼이라는 더 큰 절망을 낳게 된다.
조루증에 시달리는 남성들은 고민과 수치심에 휩싸여 증세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루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전문적인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 심하게는 섹스리스 부부의 원인이 되며, 이로 인해 외도와 별거, 그리고 이혼 등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비단 소설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조루 증세를 자각한 즉시 전문의를 찾아 조루증의 원인을 바로 알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루증의 치료를 위한 올바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연세크라운비뇨기과 원장)의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보자.

조루는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일종의 질환이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환자들은 행위도중 딴 생각을 하거나 혀를 깨무는 등의 방법으로 흥분을 자제해보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콘돔을 여러 개 사용하거나 자위행위 후 관계를 갖거나 귀두에 마취제 연고를 바르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방법은 성욕과 쾌감, 성적인 흥분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일시적인 사정지연에는 도움이 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조루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행동요법, 그리고 수술요법으로 나뉜다. 약물치료로는 최근 등장한 신약 ‘프릴리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프릴리지는 흥분을 주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뇌에서 빨리 사라지는 것을 막아 사정을 늦춰주는 작용을 한다. 단, 조루증 환자가 전립선염이나 갑상선항진증 등의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조루증의 원인이 뇌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경우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면밀한 진단 후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행동요법은 흥분을 조절하고 사정을 지연시키는 훈련 방법으로 단시간에 효과를 보기 어려우며 규칙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파트너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전문적인 치료와 병행하여 꾸준히 실시하는 것이 좋다.
약물복용의 효과가 없고 다른 정신적인 문제가 없다면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을 적용할 수 있다. 음경배부신경차단술은 음경에서 귀두로 가는 신경의 일부를 차단해 감각을 둔화시키는 수술 방법. 부작용과 후유증 면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며 완치율도 높아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단, 모든 조루 환자에게 적용될 수 없으며, 반드시 수술 전 음경감각의 예민성을 측정하여 수술의 적합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약물이든 수술이든, 혹은 정신과적 상담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다. 조루증 환자들의 큰 문제는 조루를 질병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본인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하여 치료에 소극적인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면 성욕 감퇴와 2차적인 발기 장애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전문의의 상담과 진단을 통해 원인 파악을 분명히 하고 그에 적절한 치료법을 시행한다면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므로 치료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현명하다. 또 자가진단에 의한 치료는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이 분야에 임상경험이 풍부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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