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의 인현왕후(박하선)가 드디어 폐비된다.
MBC '동이' 31일 21회 방송에는 인현왕후의 폐비 과정이 방송될 예정이다. 심정적으로는 인현을 믿고 싶지만 여기저기서 명성왕후 탕약사건의 주모자가 인현임을 나타내는 증험이 드러나자 숙종(지진희)이 폐비 결정을 내린 것이다.
오월의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용인 '동이' 오픈세트장에서 진행된 폐위식에는 대신, 나인, 감찰궁녀 등 30여명의 연기자와 10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이 출동했다.

중궁전 처소나인들의 처연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화려하고 위엄 있는 금박이 박혀있는 분홍색 당의를 차려입은 인현왕후가 멍석위에 고요히 앉아 있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의연한 모습으로 눈물을 삼키고 있다.
"금일 기사년 오월 이일 중전 민씨를 서인으로 삼고 중전의 지위를 삭탈한다. 이에 궐 밖 사가로 출궁할 것을 명하니 여흥 민씨는 지엄한 어명을 받들라!"라는 도승지의 교지 낭독이 있고 난 뒤 중전의 교명, 옥책, 금보 등이 반납된다.
중전 폐비 뒤에 무서운 세력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아는 감찰부 정상궁(김혜선)과 봉상궁(김소이)는 참혹한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인현의 용문양의 비녀를 비롯한 머리 장신구를 하나 둘 빼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중전의 첩지머리가 벗겨진다. 중전을 상징하는 장신구들을 벗겨냄으로써 폐비로서의 치욕감과 허탈감을 전해주는 절차인 것이다.
촬영장은 중궁전 처소나인들과 정상궁, 봉상궁, 동이 등 감찰부 나인들의 울음소리로 물결쳤다. 반면 정작 폐위되는 인현왕후의 모습은 모든 것을 초연한 듯 흔들림 없는 고요함이었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인현왕후는 폐비 절차를 마치고 화려한 당의가 아닌 소복 차림으로 처소를 나선다. 회한에 젖은 눈으로 중궁전을 되돌아 본 인현왕후는 준비된 검은 폐위 가마에 올라탄다.
이러한 폐위식 절차는 조선시대 오례의 예법과 절차에 관하여 기록한 책인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에 기록돼 있다. 국조오례의는 길례(吉禮), 가례(嘉禮), 빈례(賓禮), 군례(軍禮), 흉례(凶禮) 등 오례(五禮)에 관한 의식절차를 기록한 책이다.
폐비된 후 인현은 초가에서 안상궁, 종금과 함께 소박한 삶을 살게 된다. 6월 1일 방송될 22회에서는 마당에 가꿔놓은 텃밭에서 푸성귀를 다듬는 인현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러한 인현의 모습은 마치 미국의 유명한 자연주의자인 헬렌 니어링을 떠올리게 한다. 마침 인현을 찾아온 동이에게 방금 손질한 채마를 무쳐 밥을 대접하기도 한다.
박하선은 "처음에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쫓겨나는 인현이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해탈의 경지에 이른 느낌이다. 22회에서는 소복을 입고 안상궁, 종금과 함께 푸성귀를 다듬는 장면이 나온다. 촬영을 하는데,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소꿉장난을 하듯이 촬영을 마쳤다"고 촬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는 어둡고 침울한 느낌을 주는 인현이 아니라 활짝 웃는 인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궐에서보다 마음이 편해졌다.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게 인현다운 모습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보여줄 인현왕후의 모습에 대해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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